'꽃아 꽃아 문열어라'...이윤기 에세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첫 장을 펴는 순간, 아득한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깊어지는 바람에,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윤기의 우리 신화 에세이 「꽃아 꽃아 문열어라」(열림원). 그의 이름만으로도 ‘읽고 싶은 이 책’이다.
2000년 한 해, 문화일보에 서양의 고대 신화 에세이를 연했던 그는 우리 신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 데 있는 서양 신화만 들고판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높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거룩한 우리 집 앞산에 발 들여놓기가 늘 망설여진다”는 이윤기. 그는 “우리 신화의 세계도 그렇다”고 말한다. 가끔 집 앞 작은 산에 올라 풀잎 같은 것을 따들고 와 “이거 산삼 아냐?”하고 아내가 물을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는 말은 숨겨져 있던 우리 신화를 발견할 때의 기분일 것이다.
‘신화’란 말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렸던 여러분들. 행여 멋쩍어하지 않기를…. 이윤기 ‘선생’도 ‘학교를 차례로 다니면서, 「삼국사기」는 김부식,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 하는 식으로 달달 외기만 했다. 서른 살이 다 된 다음에야 두 사서의 엉성한 번역본을 처음 읽었다’고 한다.
신화의 해석이나 분석은 자제하고 되도록 쉽게 읽힐 수 있게 쓰고 싶었던 만큼,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신화 속에 녹여내 의도적으로 말랑말랑하게 썼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삼국유사」를 비롯한 옛 신화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루 다루지 못했다는 점. 그는 「삼국유사」의 경우, 불교 쪽으로 너무 치우칠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러웠다고 말한다.
‘꽃이 문을 열면 한 나라가, 국선이 들끓던 한 나라가 찬연하게 열릴 터이다. 우리 것이 되었든, 남의 것이 되었든, 신화는 그런 세계에 핀 꽃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신화를 읽는 일은 꽃을 통하여 그런 세계의 진상에 접근하는 일이다.’
「꽃아 꽃아 문열어라」. 우리 신화 이야기는 나이를 떠나 누구나 읽어도 좋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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