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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책의 향기 그윽...삶의 지혜 가득

필자가 근무하는 서점의 3층에는 나왕목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서가가 있다. 서점 설립일부터 함께 했으니 이 서가의 나이는 이제 마흔 다섯 살이 된다. 그동안 이 서가에는 수천 수 만권의 책이 꽂혀있다 판매되고, 또 불행히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책은 반품되어 그 생을 마치기도 했다. 그토록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서가는 조금의 휨이나 뒤틀림 없이 여전히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1억3000만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다. 조금 과장되기는 하지만 ‘온 세상의 문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미 의회도서관의 자료만 온전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된다. 손톱만한 반도체 칩 하나에 도서관 한 개 분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종이에 인쇄한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도 함께 따라다닌다.

 

오래된 서가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들, 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썩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긴 하다. 짧아야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씩 읽어야만 하는 독서의 속도는 인터넷이나 각종 미디어가 뿌려주는 정보처리의 속도에 비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이가 평생 동안 체득한 삶의 지혜로 가득한 한 권의 책이, 그 갈피갈피에서 풍겨내는 향기와 함께 내 오래된 서가에 자리하고 있다면, 경제성이니 비효율적이니 하는 논리는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그 향기 속에 빠져 며칠이고 함께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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