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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이청준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그가 추구한 소설의 경지

최근 소설집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발간한 소설가 이청준씨. (desk@jjan.kr)

“그래온 내가 아직도 제 소설질 길에선 헤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그것은 아직도 자신을 씻기지 못했음일 것이다. 자신의 삶과 문학을 제대로 씻길 바르고 화창한 길을 찾지 못했음일 것이다. 그 삶과 문학에 그렇듯 단단한 신념과 밝은 빛을 얻지 못했음일 것이다.” (에세이 소설 ‘귀항지 없는 항로’ 中)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고희를 맞는 작가는 올 여름 폐암 선고를 받았다. 1965년 「사상계」에 ‘퇴원’을 발표하면서 질기고도 질긴 남도가락을 읊듯 바쳐온 소설질. “맘속 지님이 감당하기 무거워 누구와 그걸 나누거나 덜고 싶을 때” 해 온 그 소설질은 이청준의 필생 화두였다.

 

‘저 6·25전란의 한 자락에서부터 4·19와 5·16을 거쳐 80년 광주항쟁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역사의 격변기’를 소설로 겪고 앓아온 이청준이 신작소설을 내놨다.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 ‘더 욕심낼 처지가 못되다 보니 부끄럽다’는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의 표시나 하고 싶어 이번 소설집에 처음으로 서문’을 써넣었다.

 

2004년부터 써 온 중편소설 3편, 단편소설 4편, 에세이 소설 4편. 다양한 형식과 분량만큼이나 이청준 소설이 복원하고 추구해 온 세계가 이 한 권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곧 삶에 대한 성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 역사와 이념에 대한 성찰, 소설 쓰기에 대한 성찰, 소설쟁이로서의 성찰이다.

 

평소 에세이를 통해 “소설과는 유다른 자연스런 삶의 생기와 소박한 사유의 은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해 온 작가. ‘귀항지 없는 항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소설의 점괘’ ‘씌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 등에서 작가는 자신의 숨소리를 소설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청준씨의 소설을 좋아하오. 직업상 그럴 테지 하고 빈정댈지 모르지만, 그렇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오. 하늘과 땅이 하도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씨 소설이오. 이런 경우엔, 그는 무엇이라 할까.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울음을 울까.”

 

날카로운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 문학평론가 김윤식도 그의 소설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이청준 소설이 어떠한 경지에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내며 이청준은 “힘들다고는 하지만 좋은 직업이었다”며 자신의 글쓰기를 위로했다. 이 겨울, 다시 한 번 소설집을 내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고 또 바란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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