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집·서울' 발간
“나는 문학에서 반신(反身)과 내수(內守)를 챙기기로 했다. 반신이란 ‘반신수덕(反身修德)’의 반신이다. 작품을 읽거나 쓰거나 문학에서 내 스스로부터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이켜보자면 내수가 있고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내수란 자기 나름의 마음속 줏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유리알 유희’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지만, 40여 년을 한결같이 문학과 종교라는 두 버팀목에 기대어 살아왔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오랜 소나무처럼 늘 ‘고하문예관’을 지키고 있는 최승범 시조시인은 “나의 앞날에 문학이 있는 한 나는 반신과 내수를 먼저 생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상선 전 전주시장 딸 소설가 안영씨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발을 딛고 살지만 나에겐 영혼의 정화가 필요했고, 그 정화의 세계로 향한 창이 바로 문학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중진 문학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생각해 봐야 할 명제이면서도 새삼 무겁게 느껴졌을 이 물음은 오늘의 시대에 왜 문학을 하는지, 그 문학의 진정성은 무엇인지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에 해답을 제시해야 할 문학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 물음에 진지한 응답을 한 문학인은 109명. 김남조 오세영 유안진 이가림 전상국 황금찬 등이 문학을 하는 이유를 고백했다.
옥구가 고향인 문효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은 문학을 “나를 위로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꽤 오랫동안 국어선생 노릇을 했지만 교육자로서 투철한 사명감도, 봉사정신도 없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시 쓰는 일이 아니었으면 내 스스로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읊조림에서 그에게 있어 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으로 들여다 보는 정호승 시인은 분노보다 상처 때문에, 기쁨보다 슬픔 때문에, 햇빛보다는 그늘 때문에 시를 쓴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듯이 나의 시 또한 나의 고통일 뿐이다”는 시인에게 시는 상처를 치유해 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과 같은 것.
그러나 소설가 정종명씨에게 문학은 현실이다. 야근에 지치고 술에 찌들면서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작가’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터전과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문학은 고달픈 삶에 한줄기 빛. 작품을 써서 원고료를 받았고, 대필이나 사사같은 것을 쓰면서 얻은 수익으로 가정을 이끌었다.
헤어지기는 더 힘든 연인, 삶을 정화시켜 주는 윤활유, 잘못 날린 연, 자존의 든든한 밧줄…. 문학인들에게 문학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겁거나 가볍다.
이 책은 문학인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집념의 고백적 잠언이다. 2007년 서울문학인대회에서 ‘문학은 영원하다’라는 주제 아래 심포지엄을 열면서 만들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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