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등 집 짓기와 관련된 모든 기록
옛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는 것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면서 만들어 내는 기록들이야 지금도 여전하지만, 소소한 것들 예컨대 집의 내력을 적는 등과 같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에 대해서 공들여 기록하는 것은 사물을 대하는 시대적 정신적이 차이에 기인한다.
오늘 이야기 하려는 집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흔히 상량문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 집을 짓거나 고칠 때에 그 내력과 이유, 공사일, 기간 등을 적은 것을 상량문이라 한다. 대부분의 일반인들 건물에는 간략하게 붓글씨로 상량에 써 넣는 것으로 대신하였지만, 중요한 건물 궁궐, 관아, 학교, 사원 등은 비단이나 종이에 내역을 상세히 적어 나무나 구리, 대나무 등으로 만든 통에 넣어 상량에 홈을 파고 넣어 두었다.
“경사를 기리어 축하를 드리오니, 하늘이 높은 산을 만들어 만고에 용처럼 서리게 할 것이다 (…) 태조 임금의 초상화를 모신 경기전을 다시 손질하니 사시사철 옥빛처럼 빛나리라”라는 경기전의 상량문 내용처럼 상량문은 건축의 내역을 적는 것 외에도 그 건물에 대한 바램과 의미들을 표현한다. 말하자면 상량문은 건물을 단순한 하드코어로 보지 않고 당시대 그 건물에 담겨있는 정신적인 문화코드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옛 사람들은 상량문 이외에도 좋은 일이 있기를 축원하는 찬양의 글을 짓기도 하고, 집을 짓는 데에 관계한 사람들을 기록해 놓기도 한다. 집의 방향과 상량일, 입주일 등을 적어두고, 때로는 그에 관한 창건실기(創建實記)를 지어 놓기도 한다. 1928년 일제시대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임실 대정리에 사는 해조 오씨들은 재실을 하나 짓기 위해 10년 동안 기금을 모으고 병인년에 서쪽 산에서 나무를 베어 목재를 준비하고, 북쪽 산의 흙으로 기와를 굽는 노력 끝에 정면 4칸의 건물을 짓게 된 내력을 적어 놓았다. 10년을 준비하고 착공으로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9개월이라는 시기가 걸렸다 하니 그 노력은 뜻을 넘고도 남는 것이었다. 오해수 등 해주오씨 5명의 연명으로 작성된 이 창건실기는 재실 다락 한켠에 고이 간직되어 오다 공개되었다. 상량문처럼 다시 깨끗하게 써서 상량 속에 들어있을지 모르는 이 창건실기를 보면 ‘재실’에 대한 후손들의 정성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돈 있는 후손이 떡 하니 돈을 내어 짓는 재실에 비하면 그 소중함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집 장만은 결혼한 사람들의 최대 화두이다. 한 채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년 수십년을 생활비를 쪼게고 쪼개어 돈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집을 장만하고 나면 그런 노력과 정성은 쉬 잊혀져 버린다. 굳이 후손들에게 알려야 할 만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집에 대한 부모님들의 마음은 잊혀져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한번쯤 기억을 되살려 써 보면 어떨까?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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