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어있는 국보 이야기 / 이정주 글 / 가교 / 8500원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렸다. 600년 동안 서울의 대문 구실을 해 온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져 내렸다. 예의를 숭상하고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사상을 엿볼 수 있었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서려 있던 곳이다. 몇 년 전 큰 불이 휩쓸고 지나간 낙산사 역시 화재로 인해 다 타 버리고 보물인 동종도 녹아 없어져 버렸다.
이처럼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책은 파랑새가 그린 아름다운 벽화 무위사 극락전, 바위로 변한 선묘 아가씨와 의상 스님을 그리는 절 부석사 무량수전 등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문화재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국보가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알 수 있다. 국보에 매겨진 번호는 지정한 순서일 뿐 역사적 가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환경과 마찬가지로 문화재 역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임을 깨닫게 한다.
△ 장승벌타령 / 김기정 글 / 책읽는 곰 / 9500원
귀밑까지 찢어진 입, 주먹만한 코, 웃는 듯 화난 듯 알 수 없는 표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과 사찰의 지킴이자 나그네 이정표 노릇을 했던 장승의 얼굴이다.
이 책은 판소리 ‘가루지기 타령’의 주인공 가루지기가 장승을 패서 땔감으로 쓰다가 동티가 나는 대목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뭐라 카노? 좀만 참거래이, 내 퍼뜩 가서 콱!” “뭐이 어드래? 간나 새끼 혼꾸멍 내갔어.” 억울한 장승의 노래를 듣고 팔도의 팔만 서너 장승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투리의 향연이다.
‘징글징글 미운 내 새끼야’라며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 아들에게 나무 해오라며 물벼락 주던 어미도 병든 아들을 보자 ‘내 살붙이 예쁜 아들’을 외치며 크게 운다. 가식 없이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은 우리네 민초들 모습 그대로다.
결국 가루지기는 장승들이 준 팔만 서너 병을 앓다 홀어머니의 정성으로 병이 낫고 새 사람이 된다.
어린 시절 장승 앞을 지날 때면 오줌이 마려웠다는 작가는 후기에서 능청스럽게 한마디 보탰다.
"장승 이야기를 썼으니, 장승도 날 좀 봐주지 않을까. 믿는 구석이 생겼다. 다행이다."
△ 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 / 계수나무 / 8500원
턱 아래까지 길게 늘어져있는 코가 늘 불만인 나이구 스님.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코를 짧게 하기위해 쥐 참외를 달여 마시거나 쥐 오줌을 발라보는 등 온갖 수단을 다 써본다.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 낙담하는 그다. 한 제자가 코에 뜨거운 김을 불어넣은 뒤 두 발로 힘껏 밟으면 나을 수 있다는 비법을 전하자, 천신만고 끝에 스님은 짧은 코를 갖게 된다. 스님은 과연 행복해졌을까. 스님은 코가 짧아졌지만 오히려 기쁨보다는 불행을 느낀다. 변한 자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더욱 수군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인들이 예전보다 더 크게 비웃었는지를 묻는다면, 작가는 ‘그렇지 않다’는 쪽이다.
요절한 일본의 천재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동화 ‘코’를 통해 ‘인간의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는 용기를 다룬 ‘흰둥이’, 부귀영화보다는 소박한 삶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두자춘’ 등 동화 3편이 한 권에 묶였다. 욕망과 좌절, 시기와 질투 등을 왔다 갔다 하는 부조리한 인간심리를 묘사한 대목은 음미해볼 만하다.
△ 뿔난 바다 / 박예분 글 / 청개구리 / 1만원
해마다 2월 3일이면 현해탄을 건너가는 사람들.
일본의 야마구치 현 우베 시 니시키와 해역에는 아직도 풀지 못한 역사의 매듭이 얽혀 있다. 60여 년 전 강제 징용돼 죽도록 일을 하다 바닷속에 수장된 조선인들의 원혼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전쟁 물자 조달에 급급했던 일본은 바닷속까지 뚫고 들어가 조선 젊은이들을 채탄 작업에 희생시켰다. 일본의 최대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이 바로 그 곳. 이곳은 지난 1942년 바닷물이 터져 들어와 수몰되는 참상을 겪었다. 수몰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회사나 일본 정부의 관리 소홀로 참사를 당한 것이 더욱 가슴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었다며, 역사적 증거물을 철거하려 하고 있다.
성난 뿔이 돋은 건 아직도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
작가는 당시 수몰 사고의 진상을 알고 있는 생존자인 김경봉, 설도술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하고 지난해 2월 3일 일본 현지 추모제를 취재하면서 감추어진 역사의 진실을 논픽션으로 재구성해 냈다. 책에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마음이 빼곡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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