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하며 사는 행복한 삶 보여줘"
「축구생각」. 제목만 보고 축구를 좋아하는 4학년 아들녀석에게 읽힐 요량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물론, 저자가 「학교에 간 개돌이」를 쓴 김옥씨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누워 이 책을 읽는데 아이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난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표지에 공을 차고 있는 '대용이'의 모습이 무척 신나 보였다.
「축구생각」은 머릿 속에 온통 축구생각뿐인 '대용이'가 축구를 너무 좋아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고들을 심각하기보다는 유쾌하고 건강하게 담고있다. 담임선생님 당부에도 불구하고 교실 안에서 공을 차는 바람에 선풍기가 박살나고, 덕분에 축구를 못하게 된다. 엄마도 '대용이'가 공부는 안하고 매일같이 공만 차러다녀서 속상해한다. 벌로 200자 원고지 칸칸마다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겠습니다'를 빽빽하게 쓰는 '대용이'를 보면서 아이들은 계속 깔깔거린다. 결국 다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험에서 90점을 받아야만 하고 '대용이'는 절박한 마음에 친구의 답을 베껴쓰고 만다.
책을 읽다보면 축구를 좋아하는 '대용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축구가 아닌 다른 것은 시시해보이는 '대용이'를 보면서 자기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잘 알고 있는 '대용이'가 기특하기도 하다.
큰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감동했었다. 하지만 소박한 기쁨도 잠시,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건강은 기본이고, 공부도 잘 했으면 싶었다. 그런데 엄마인 나의 바람과는 달리 불행하게도(?) 아들은 공부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 또래들과 신나게 공을 차고 오는 날, 얼굴 가득 환하게 퍼지는 만족스런 웃음를 보면 나까지 기분이 환해진다. 아이 표정에서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걸 알 수 있고,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축구만 하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 현실이 과연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하게 할 수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짧은 우리 인생에서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깔깔거리다 잠든 아들 얼굴을 바라보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 고맙다. 바란다면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바란다면 공을 차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 꼬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은정(청소년 책읽기 모임'담쟁이'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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