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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아이가 크면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줄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더라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재미가 또 다르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운동을 몇 년째 펼치고 있다. 나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주곤 하는데 의외로 큰아이도 참 좋아한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마하엘 엔데 글 / 유혜자 옮김 / 한길사 (desk@jjan.kr)

 

아빠에게 혼이나 기분이 별로 좋지않은 큰아이를 위해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골랐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우리에게 「모모」로 잘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다. 아이 방으로 책을 들고 들어갔다. 큰아이는 관심 없는 척 딴 짓을 하며 자신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표현을 한다. 모른 척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잔소리가 심한 부모님의 커피 잔에 요정에게서 구한 마법의 설탕을 몰래 넣는 '렝켄', 마법이 발휘되면서 '렝켄'의 말을 들어 주지 않을 때마다 부모님의 키가 반으로 줄어든다. 관심 없어 하던 아이는 이미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나도 마법의 설탕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에 쓸 건데?"

 

"비~밀!"

 

무슨 상상을 하는지 녀석이 웃는다.

 

한동안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던 '렝켄'. 하지만 작아진 부모님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뻔 하기도 하자 다시 요정을 찾아가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한다. 그러려면 '렝켄'이 마법의 설탕을 먹는 수밖에 없다는 요정의 말에 '렝켄'은 설탕을 삼킨다.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는 잠시 침묵한다.

 

"아직도 마법의 설탕이 있었으면 좋겠니?"

 

"음~. 그런데 설탕의 마법이 작아지는 것 말고, 내말을 안 들어 주면 뚱뚱해지고 내말을 들어주면 다시 날씬해지는 거면 좋겠어."

 

'헉, 엄마의 약점을 잘도 알고 있군.'

 

책을 다 읽고 엄마와 아들은 한참동안 상상 속에서 마법의 설탕을 쓰는 중인지 킥킥 웃고 있다. 동상이몽. 아이는 상상 속에서 마법의 설탕을 쓰면서 기분이 풀렸나보다.

 

아이에게 토마토 주스를 가져다주자,

 

"엄마 혹시 이속에 마법의 설탕이 들어 있는 건 아니죠?"

 

"글쎄다. 마법의 효과가 언제부터 나려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헤아려 본다. 아이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 더 좋겠다.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조현순(어린이도서연구회 전주지회 회원)

 

조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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