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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인생에도 알리바이가 필요하다

'이방인' 알베르 까뮈 지음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까뮈의 「이방인」을 읽은 소감 한마디씩 해보자."

 

"너무 평범해요." "졸려요."

 

"우와,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했구나! 역시!"

 

"???????"

 

"'뫼르소'라는 인물이 정말 평범하잖아. 인생이 졸릴 정도로 단조로워요. 까뮈가 지루한 문장을 나열한 이유가 그 삶을 표현해내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완벽하게 이해하며 읽은 거지. '뫼르소'의 평소 성격이 어떠했니?"

 

"평소에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아요. 돈, 성공, 명예에 관한 욕구가 별로 없어요.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도 없어요."

 

"사람들은 죄를 추궁할 때 그 자체보다 이전의 행동들을 가지고 판단한다. 요즘 말로 '뒤끝 길다'라고 하지. 엄마들이 야단칠 때 지나간 일까지 들추어내는 것 싫어하잖아. 너희들은 어떠니?"

 

"당연해요. 생각은 이어지는 거잖아요." "안돼요. 이전의 것은 반성했는데 또 말하면 반성의 의미가 없어요."

 

 

"'뫼르소'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했던 행동들(울지 않고, 담배 피우고 , 차 마시고, 어머니의 시신을 보려하지 않은)은 평소 그의 행동을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데, 왜 지탄을 받았지?"

 

"평소에 적극적으로 살지 않은 탓이에요. 다른 사람들 눈도 좀 의식하고 살아야 하잖아요."

 

"맞아. 현실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은 상처받기 쉬운 세상이야. 어떤 형태로든 낙오자 취급을 받아. 사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무소유로 사는 것인데 욕심없이 살면 바보 취급을 해요. 인생에도 알리바이가 필요한 거 같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것이 알리바이가 되어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열심히 살아야 해요. 그리고 '뫼르소'는 어울리지 않는 친구를 사귀어서 엉뚱한 사건에 말려 들었어요. 친구 사귀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맞아. 아랍인을 죽인 동기에 대해 판사에게 '뫼르소'가 뭐라고 했지?"

 

"태양때문에요."

 

"그 태양은 어머니 장례식 날 뜬 그 태양과 비슷하지. 그 날의 슬픔, 아픔이 밀려온 것이 아닐까? '뫼르소'는 울지는 않았지만 그 때까지 그 상처를 달고 다닌 거야. 상처란 그날 바로 발산 되는 것이 아니라 후에 나타나기도 하는 거지. 모든 사람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 곤란한 거 같아. 너희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열심히 살아야한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이방인 취급을 하는 건 안돼. 누구나 존재의 의미는 다른 거라는 걸 인정해 주어야해."

 

'뫼르소'는 죽은 사람 모양으로 살다가 마지막으로 신부를 향해 하나님을 부정하며 분노를 폭발하다 평화와 생의 의욕을 느꼈다. '뫼르소'는 살인범으로 고발되었지만 어머니의 장례식때 눈물을 흘리지 않은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우리도 어느 시점에서 죄를 추궁당할 수 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뫼르소'를 위한 '셀레스트'의 증언처럼 그저 운이 나쁘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은 이방인을 향해 언제나 총을 겨누고 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민경희(책읽기모임 '담쟁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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