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배려' 한상복 원작, 전지은 지음/위즈덤하우스
예나에게.
아주 오랜만에, 아니 근 일 년 만에 책 속의 주인공에게 펜을 들어본다.
사실은 작은 아이의 숙제가 책 속 주인공에게 편지쓰기인데 어떻게 써야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어서 너를 만나려 하는 거란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너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섭섭한 건 아니겠지?
예나야! 네가 당연히 될 거라고 믿었던 회장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지고, 없애길 주장했던 바른생활부장이 되었을 때 마음을 생각해 봤어. 너의 콧대가 얼마나 높았는지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
아줌마에겐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아이가 있어. 그 아들이 반장선거에 여러 번 나갔는데 그 때마다 떨어졌거든. 자꾸자꾸 떨어지니까 자신감을 잃었나봐. 앞으로 또 반장선거에 나갈 거냐고 물었더니 이젠 안 나가겠다고 하는구나.
오늘은 작은 아들에게 너를 알리려고 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는 고운 마음을 갖게 된 너를 알게 된다면 아줌마의 작은 아들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어.
예나야! 처음에 마음 문이 닫힌 너로 인해 아줌마도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닫힌 마음으로 원망을 엄마에게 쏟고, 엄마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 하지만 엄마의 쓰러짐으로 마음도 서서히 열리게 되고 엄마와 가까워진 네 모습을 보고 안심했어.
예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차츰차츰 열려지고, 배려를 시험지답안 찾듯 쉽게 찾는 것이 아닌 경험과 노력으로 서서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줌마도 많이 반성했어. 말로는 쉽게 사랑을 말하고 배려를 말하고 겸손을 말하고 온유를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아집에 빠져 아들들에게 윽박지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야. 아줌마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 모양이야.
아줌마는 아무래도 예나 엄마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예나 엄마는 어떤 면에서 모든 아이들을 배려하는 멋진 엄마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 너의 엄마가 너에게 엄마랑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할 일이 너무 많아 네가 쉽게 대답하지 못했었잖아. 그때 엄마가 "네가 아무리 해달라고 해도 못하는 일이 딱 하나 있다"고 했던 것 기억나니? 너의 엄마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잘 보아달라고 하는 건 못한다"고 하셨잖아. "엄마에게는 네가 가장 소중한 딸이지만,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유독 너에게만 잘해 달라는 말은 못해.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존중받고, 또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너도 똑같이 혼이 나야지. 그리고 네가 잘하고 있다면 분명히 선생님께서도 너에게 잘해 주실 것 아니니?"라고 하셨던 말씀 말이야.
아줌마도 반성되는 부분이었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학교에 찾아가서 "우리 아이 잘 봐 주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줌마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너를 통해 아줌마가 배려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예나야! 이야기가 길어졌지? 오늘은 이만 줄이고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자. 가족들, 친구들, 이웃 사람들과 더욱 행복한, 배려가 넘치는 생활을 기대할게.
그럼, 이만 안녕.
/김종숙(청소년책읽기모임'담쟁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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