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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1318'을 위한 느림의 미학

천천히 그리고 소박하게 이것이 진정한 삶의 여유

11월도 중반에 들어섰다. 수능 결과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예비 대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한해를 갈무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속 일변도로 바쁘게, 많은 일을 하면서 살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여유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느림의 미학'에 주목하는 책들을 골라봤다.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뿌리와 이파리)는 시인 장석주씨가 십여 년간 시골에서 몸소 '느린 삶'을 실천하며 넉넉한 여백을 담아낸 에세이. 침묵과 명상 걷기를 좋아했던 그는 날마다 머리맡에 「장자」 를 두고 읽었다.

 

'느림이란 무엇일까? 머무른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게 느림이다. (…) 느림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의 본성을 거스르는 짓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노자와 장자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는다. 노자가 도의 근원과 본질이 무엇인가 천착했다면 장자는 노자를 포함한 앞선 사상가들의 생각을 끌어안으며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간 사상가라는 것.

 

본질을 논했던 노자와 달리 장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롭게 살기 위해 변화와 초월을 강조한다.

 

때문에 작가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사상가들의 생각들이 출몰할 때일수록 장자의 풍자와 해학이 빛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자에 대한 해설서라고 여기게 되면 곤란하다. 장자의 사상을 통해 드러난 느림의 지혜에 주목하는 책이다.

 

도시를 떠나 강화에 정착해 자연과 하나된 삶을 그린「느림씨 아줌마의 우리동네 이야기」 (샘터사)도 느림의 가치가 담긴 책이다. 십년 전 남편 장진영 화백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강화도 농촌마을에 터전을 잡은 작가 김진수씨는 손수 벽돌집을 짓고, 밭을 가꾸며 질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일구고 있다.

 

"나의 노력이 타인의 삶에 기여하고 나의 창의력이 동료의 상상력을 북돋아주는 관계, 타인이 위협적이거나 넘어서야 할 존재가 아니라 위로와 격려가 되는 관계, 뒤쳐진 동료를 기다려 그의 손을 잡아주는 관계, 그것이 개인과 조직을 활기 있게 하는 관계, 이런 관계를 만들며 살 수 없을까, 우리?"

 

작가는 행복한 삶을 위해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혼자 앞서 가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의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조화로운 삶이 있다는 것. 스물 한 개의 이야기와 한지 위 그려진 단촐한 수묵화 그림은 그의 소박한 생활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유」(휴먼드림)은 과속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살자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삶의 진실에 관한 책이다. 작가 최복현씨가 말하는 여유는 일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기의 틀을 깨고 살아가는 것.

 

그러기 위해선 작가는 초고속으로 레일 위를 질주하고 있는 일상이라는 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주변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활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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