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통해 깨우치는 인생…사랑과 이해, 관용과 배려, 용기와 용서의 의미 깨닫게해
중학생들이 재밌게 읽을 만한 소설 하나 소개한다. 지금은 학교 시험이 모두 끝난 상태라 학생들이 책 읽기에 좋은 시기다. 16일이 지나면 고교 입시도 끝나게 되는데 책을 한번 손에 잡아 보자.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전직 간호사 출신의 작가 정유성 씨가 썼고 비룡소에서 펴냈다. '스프링 캠프'란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따위에서 봄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또는 합숙 훈련을 하는 장소'라는 뜻을 지니는 말이다. 사람은 이런 집중적인 훈련과 같은 시기를 거쳐서 성장한다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인 나 자신의 스프링 캠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준호는 사고로 다친 친구 규환이의 부탁으로 규환이 형한테 다녀와야 한다. 규환의 형은 운동권 대학생으로 지명 수배 중이다. 준호는 차승주네 막걸리 운반 트럭에 몰래 잠입하여 타고 가려고 하는데 묘하게 일이 꼬여 여기에 승주, 정아, 어느 할아버지가 동승하게 된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개 루스벨트까지.
처음엔 서로 적의를 갖고 발톱을 내밀고 으르렁거리는 야수들 같았으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안개섬까지 이르는 동안 이들은 속내를 조금씩 내어 보이며 점차 화해의 지점을 향하여 나간다.
부잣집 오대 독자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간섭이 싫어 탈출하는 중이고, 정아는 폭력밖에 휘두를 줄 모르는 아버지와 한없이 무기력한 어머니가 싫어 우연히 그 트럭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하여 월규와 함께 살던 월향도로 돌아가려는 할아버지 박양수 씨.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 준호는 어려서 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뒤로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늘 그리워하며 잊지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를 잊고 연하의 총각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규환의 제안을 받았을 때 나 준호는 이런 현실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었을 게다. 로드 무비 같은 로드 픽션이 액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정신병원 탈출자 박양수 씨의 기가 막힌 삶의 사연들이 풀려 나오고 승주와 정아 그리고 나의 각각 기막힌 인생들이 풀려 나온다.
10대의 아이 셋과 개 한 마리가 노인과 함께 운명공동체가 되어 경찰들의 검문을 피해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산을 넘어가는 부분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자연의 위대함이 가장 돋보이는 안개섬에서 태풍의 놀을 피아여 섬 정상부로 피신하는 대목, 새벽에 고래 떼를 목격하는 대목, 밤에 정아에게서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이 때 정아가 하는 말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곳에선 사람을 빼앗아 가고."
살아가는 데에는 사랑과 이해, 관용과 배려, 용기와 용서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은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들은 고난스런 며칠을 함께 온몸으로 겪고서 부쩍 성장한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는 등장인물들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또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알고 보면 누구의 삶도 간단치가 않다. 그러므로 누구의 삶도 하찮게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아버지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들려주며 말해 주었다는 다음의 말을 기억하며 힘들 때마다 위안으로 삼으면 좋겠다. "사람은 진구렁에 발을 딛고 있어도 눈으로는 별을 만져야 하는 거야."
/김동규(남원한빛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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