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에 응축해낸 내면의 풍경, 정신적 여정
"일반적으로 한국시단에서는 시가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시조집 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나 시조나 일상생활이나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나 시조. 그 어느 쪽 하나 쉬운 길이 아니다.
200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장창영씨(42). 2001년 불교신문과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됐던 그는 자신의 첫번째 책으로 시조를 택했다. 「동백, 몸이 열릴 때」(서정시학).
'한밤, 별이 있어 세상이 따뜻한 것처럼 나도 네가 있어 살만했다. 어쩌면 나도, 너도, 이 세상도 오늘은 조금 더 멀리까지 왔구나'란 '시인의 말'처럼, 그는 이미 오래 전 시와 시조 양 쪽 모두를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역시나 그는"학부 때부터 시와 시조를 같이 써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가 여행다니면서 쓸 수 있을 만큼 편하고 자유로운 것이라면, 시조는 아무래도 한정된 틀 안에서 응축해서 끌어가는 힘이 있어야 하죠. 보통 시집을 많이 내지만, 순서보다도 완결성 있는 것을 택하다 보니 시조를 먼저 내놓게 됐습니다."
20여년 동안 꾸준히 시조를 써왔다. 초창기 것들이 너무 형식을 의식한 나머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결 편안해졌다. 시조의 운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작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리듬과 감각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에게 다가설 현대적 시조로서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인 감성도 놓칠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고 시든 사랑이 되살아나니, 나로서는 그만 짜릿해지고 촉촉해지고 흠씬 흥건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시인의 촉수가 남다르게 예민하다는 뜻이며 사물과 풍경을 절정의 지점에서 감각적으로 흡입하고 있다는 뜻이다"고 했으며, 복효근 시인은 "언어적인 형식 뿐만 아니라 그가 시에 담고자 하는 내면의 풍경이나 정신적인 여정들도 차분하게 다듬고 오래 숙성시킨 발자취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제목에도 등장하는 동백. 한 권의 시조시집 안에서 유달리 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시와 시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꽃 피우고자 하는 아름다운 소망의 표현일 것이다.
장씨는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주대 교양학부 객원교수, 중국 산동대 초빙교수,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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