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녹두 글·이지선 그림의 '밴드마녀와 빵공주'
최근 우리 책모임에서 한겨레 아이들에서 출판한 책「밴드마녀와 빵공주」(한겨레아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기로 하고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는 판타지나 우스운 내용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내려 가니 내 예상과는 정말 달랐다.
이 책은 6학년이며 같은 반인 두 소녀의 이야기다. 그러나 평범한 소녀들이 아니라 가슴에 많은 상처를 품은 아이들이다. 주인공인 박은수의 별명은 '밴드마녀'고, 방공주의 별명은 '빵공주'다. 둘다 엄마가 없는 가여운 존재다. 은수는 늘 온 몸에 밴드를 붙이고 다녀서, 방공주는 늘 빵이나 과자 등을 달고 다녀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은수는 엄마와 둘이서만 살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등장한다. 자신을 키우겠다고 데려오는 바람에 엄마가 자기를 버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새 아버지 가족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처를 받는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몸에 자꾸 밴드를 붙이던 그는 상처 날 때마다 엄마가 붙여주던 밴드를 떠올려 붙이기 시작했기 때문. 엄마가 그리워서다. 이런 스트레스로 학교에서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거칠게 굴었던 은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를 만났다. 방공주는 아빠와 싸운 끝에 집을 나간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도 그걸 감추며 씩씩하게 아빠와 살아가는 소녀다.
"나처럼 자주 먹는 것은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래. 너 밴드 자꾸 붙이는 것도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것 같다."
늘 밴드를 붙이고 다니는 은수에게 어느 날 방공주가 이렇게 말을 건넸다. 상처받은 은수의 영혼을 알아보는 속깊은 마음이 다가온 것이다.
13살 소녀 순수하기만 해도 아름다운 시절, 그 어린 나이에 겪어야만 하는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전해져 코끝이 찡해졌다. 상처투성이인 두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해 조금씩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두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내 아이에게 일방적인 대화만을 강요했던 건 아닌지, 아이의 마음을 난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은 했는지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은수야! 공주야! 앞으로도 그 우정 변치 말고 쭉~ 행복하게 살아라!
/김영자(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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