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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어록

고비때 마다 비판 목소리…한국사회 지켜온 큰 어른

16일 오후 선종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뿐 아니라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맞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다.

 

김 추기경은 또 시국 관련 문제뿐 아니라 북한문제와 낙태, 사형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에도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 추기경이 남긴 어록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주님, 사실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다른 길은 보여주지 않으시고 오로지 이 길만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1951년 9월15일 사제 서품식 때 제단 앞에 부복했을 때 한 기도)

 

▲"10월 유신 같은 초헌법적 철권통치는 우리나라를 큰 불행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1972년 10월17일 회의차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다 유신 개헌 소식을 듣고 로마 주재 한국대사에게)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1980년 설 새해 인사차 방문한 전두환 당시 육군 소장에게)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1987년 6월 13일 밤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1987년 1월 26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 중)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평화방송. 평화신문 1993년 새해 특별대담 중 사형폐지를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 1996년 신년 특별대담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하는 거죠(웃음)"(2003년 11월18일 서울대 초청강연 중)

 

▲"누가 나한테 미사예물을 바칠 때 자연히 내 마음이 어디로 더 가냐면 두툼한쪽으로 더 가요. '아니'라고 하는 게 자신있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안 그래요. 나는 두툼한 데 손이 더 가요. (웃음) 그리고 어떤 때는 무의식중에 이렇게 만져보기도 해요."(2005년 부제들과의 만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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