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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소리와 몸짓이 빚어내는 신명의 경지

윤미숙씨 동화 '소리공책의 비밀'…임실필봉마을 배경 풍물굿 이야기

7년 전 우연히 마주친 임실필봉굿. 휘엉청 밝은 대보름달 아래 신명을 울리는 풍물 소리가 하늘에 닿는다. 작가는 소리를 통해 어깨가 들썩이고 마음이 물결치는, 하나가 되는 경지를 보면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꼬박 5년간 임실필봉마을을 들락날락 거렸다. 마음 가는 대로 두드린다고 하지만 신명을 내는 과정이 궁금했고, 스스로 삭아 제 소리를 낼 때의 경지를 알고 싶었다.

 

윤미숙씨(47·사진)의 첫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출판)엔 임실필봉마을을 무대로 귀머거리인 먹이와 진성이의 손끝에서 맺어진 소리와 몸짓의 이야기가 담겼다. 수십 개의 손동작과 몸동작을 세세히 스케치한 소리공책은 먹이의 '신기' 어린 소리가 노력의 결실임을 방증하는 매개체.

 

그는 "개개인의 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모아져 신명에 이르기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게 바로 장인정신"이라며 "세상엔 타고난 천재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력의 대가로 그 정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5년간 답사를 통해 풍물굿의 내용과 춤사위, 장인정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은 대단한 인내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작품을 관통하는 노력의 결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보고 들을 땐 다 같은 가락 같은데, 자기들끼리는 서로 다른 눈짓을 주고 받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모르겠으면 찾아가서 '제 앞에서 다시 한 번 쳐보세요' 부탁하고. 하도 귀찮게 하니까 양진성 회장은 나중엔 전화를 피할 정도가 됐죠."

 

전문용어를 쉽게 옮기기 위해 도서관에서 국어사전을 끼고 수없이 씨름했다. '깽멕(꽹과리의 사투리)''짝드름(꽹과리 상쇠와 부쇠가 주고 받으며 흥을 내는 풍물 가락)''끝쇠(꽹과리 치는 사람 중 맨 끝에 서는 치배)' 등 굿패 용어 뿐만 아니라 '비설거지(비를 맞으면 안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움파리(비오는 날 골목길에 신발만 적셔질 정도로 얕게 패인 웅덩이 모양)' 등 소중한 우리 입말을 찾기 위한 공도 엄청났다. 정답같은 맞춤 소리가 없듯 좀 더 쉽고, 유려하게 풀어내고픈 작가의 욕심이다.

 

부안 출생인 그는"다시 펜을 잡도록 끝없는 격려와 자극을 해주신 이성자 광주대 교수, 문우회 '운동장 아이들', 고 양순용씨 부인, 곽야순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진심어린 도움과 남편 송기영씨와 아이들 훈영 하경 용석이의 인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소설가 최명희씨, 전주 한지 등 전통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제16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신인 장편동화 수상작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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