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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이재숙 시인 첫 시집 '젖은 것들은 향기가 있다'

꽃·별·바람 자연의 소리에 기울이다

"바람은 끊임없이 하늘을 흔들었고, 가을 숲은 낱알의 꿈들이 쏟아졌으며, 밤엔 수줍은 온갖 것들의 수런거림으로 잠들 수 없을 때마다 끄적거렸습니다. 제 시는 이런 꽃이나 바람의 소리를 엿듣고 베낀 것들에 불과합니다. 밤에 쓴 것들도 별이나 작은 벌레들이 들려준 이야기였어요. "

 

캔버스를 무대로 자연과의 조우해왔던 이재숙씨(57·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그가 이번엔 시인으로 변신했다. 첫 시집 「젖은 것들은 향기가 있다」(새김)엔 지상에 파다하게 꿈틀거리는 생명력에 주목한 시들이 많다. 문명으로부터 오염된 도시적 냉소가 아니라, 지상의 꽃바람, 생명이 움트는 소리, 반짝이는 하늘의 별꽃들이 그의 시 속에 가지런히 모여 있다.

 

뒷간에 뒹굴던 나무 한 토막이 우주의 범종을 치는 성물이었다는 탄식이나 고사리를 꺾는 아낙의 모습에 동화돼 '잠언'을 읽어내는 것을 보면, 맑고 순수한 시심으로 부지런히 사물을 관찰하는 그의 면모가 엿보인다.

 

'한 세상을 닫아버린 문 / 한 세상으로 나가는 문 / 그 자리엔 아름다운 딱지가 앉는다 / (…) 한 세상 사랑한다는 것은 / 배꼽 하나 / 슬그머니 남기는 일이다.' ('배꼽 부근' 중에서)

 

기독교 신앙 세계의 꼭짓점에 자신의 실존적인 문제에 관한 성찰도 담겼다. 외로움이나 고독감에 빠지지 않고, 신의 축복으로 승화시켜 생의 길을 풀어낸 것.

 

"삶이 줄곧 공부하는 일"이라는 그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백 번을 읽힐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주 출생인 그는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제14회 열신시문학상(2004)' '제1회 국제해운문학상 대상(2007)' 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한국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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