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 인생의 무지개 굴곡진 가족사 글감으로 엮어
그는 수줍게 잘 웃는다. 키와 나이에 걸맞지 않는 꾸밈없는 배냇 미소다.
지인들은 "그의 고향인 부안 바닷가 바람속에 수줍어 눈감았다 뜨는 섬처녀의 순진함같다"고도 하고 "바닷가 갯골 냄새가 묻어난다"고도 했다.
김병규씨(72)의 수필집 「시련의 강을 건너」(수필과비평사)엔 운명의 극복 세대를 살아온 가족사가 옴시래기 담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글감에 관한 고민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됐다. 뒤늦게 만난 행운이었다.
"어린 시절 배움의 한이 남아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에 숙부님이 항일분자로 몰려 옥사한 뒤 집안이 온통 풍비박산이 나서 공부할 기회를 잃었죠. 또다시 가난과 싸우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놓쳤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글밭에 있어 늘 기웃거렸습니다."
65세 늦깎이 등단.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을 통해 뒤늦게 뛰어든 글 바다는 또다른 세상이었다. 생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쓰고 나면 자식같은 애정이 솟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증언' '배웅' '시련의 강을 건너' '즐거운 우리 가족' '소나무를 닮고 싶다'로 이어지는 편편마다 솔직담백한 그의 개인사가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문장력으로 풀어졌다. 전신마비의 딸을 위해 생활비 일부를 아껴 저축했던 100세 넘은 할머니의 지고지순한 모정애를 다룬 '사랑으로 지킨 모정의 세월'에선 휴머니스트적인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 4남매 자녀들을 아들·딸로 구분하지 않고 키운 그만의 철학이 글로 빚어져 전주시 양성평등수기 공모에 당선되는 기쁨도 누렸다.
앞으로도 흐트러짐없이 가야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더 완성도 높은 제2, 3의 수필집을 선보이겠다는 각오. 변산농업협동조합장을 역임한 바 있는 그는 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현재 전북문인협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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