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인' 탄생 100주년 문학제…지역문학인 등 300여명 성황
'우리 고향에서 한 30리 가량 되는 곳에 적성산(赤城山)이라는 산이 있습니다. 산허리가 마치 성벽 같은데, 가을이 되면 그 성벽이 빨갛게 물이 듭니다. (중략) 우리 고향 어린이들은 어머니 품에 안겨 젖을 먹다가는 이 산을 손가락질하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가 나이 열 살이 넘으면 아버지 뒤를 따라 그곳으로 땔 나무를 패러 갑니다. 그러다 나이 들어 허리가 굽고 백발이 성성하면 마루 끝에 장죽을 물고 앉아 멀리 이 산을 바라보며 긴 해를 보냅니다.'/문학평론가 김환태의 수필 '적성산의 한여름밤'중에서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눌언민행(訥言敏行)의 평론가가 사후(死後),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28일 무주예체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눌인(訥人) 김환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 무주군이 주최하고 무주문화원과 눌인탄생100주년기념문학제전위원회(제전위원장 서재균·김경석)가 공동주관한 이 문학제는 무주 출신 문학평론가 김환태 선생(1909~1944)이 남긴 문학정신과 문학유산을 다시 돌아본 자리. 이 날, 세상을 떠난 작가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다시 태어났다.
1930년대 후반 문학평론가로 활약하면서 인상주의 비평으로 문학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선생은 서른여섯 짧은 생애. 그러나 눌인 김환태는 예술성을 앞세운 독자적 비평세계를 확립,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한국비평문학의 효시'와 '순수비평의 기수'라 불릴 만큼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날 김환태 선생을 기리는 시 '이 땅, 문학사와 더불어 빛을 더해 갈 방렬한 향기'를 발표한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는 "선배 문학인들의 공적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고, 전북문인협회 이동희 회장은 "전북이 서정문학 뿐 아니라 비평문학의 산실임을 증명한 김환태 선생을 추억하는 일은 우리 말의 존재를 살리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인 아들 김영진씨와 딸 김인자씨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고인을 기억하고 기념해 주니, 고인도 보람 있어 하실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날 문학제는 정군수 전주문인협회장, 성진숙 무주문인협회장, 이병수 무주작가회의장, 이연희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북회장과 허소라, 소재호, 안평옥, 윤이현, 정희수, 이목윤, 김용옥, 이봉명, 전선자, 황봉식, 송희 등 문학인들을 비롯해 서울대 박민호 교수 등 학계, 유영만 무주부군수, 송병섭 도의원, 강호규 군의원, 김홍기·성대휴 전 무주문화원장 등 지역인사까지 모두 3백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치백 회장과 서울대 권영민 교수가 각각 '무주와 문학가 김환태'와 '비평가 김환태 선생의 높은 자리'를 주제로 문학강연을 펼친 문학제는 김환태 선생 묘소 참배와 문학기념비 탐방 등으로 이어지며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운 문학 열정이 솟아올랐다.
한편, 무주군은 이 날 선생의 묘소가 있는 무주읍 당산리 일원에 2010년 5월 개관을 목표로 눌인문학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비와 군비 총 25억 원이 투자되는 눌인문학관은 유품·유작 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출 예정으로 현재 설계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최기우 문화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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