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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유은희 시집 '도시는 지금 세일 중'

희망 단절된 현대사회 향한 날선 詩

도시문명을 향해 날이 선 시를 쏟아냈다.

 

깊은 상처 속에 은밀히 차오른 영혼의 몸부림.

 

유은희 시인(46)의 시집 「도시는 지금 세일 중」(새김)엔 도시 풍경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먹구름같이 암담한 도시의 만용이 담겼다.

 

"뒷골목이 막막해진 내일, 현대사회의 불안과 희망이 단절된 사회의 모습이 저의 폐부를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발가벗은 치부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통념을 깨고 싶었어요."

 

시 '정육점'은 머리와 발이 잘려나가고 쇠고리에 매달려 있는 돼지를 통해 목울음을 삼키며 냉담하게 바라본 현대사회의 군상을 표현했다. '핏방울이 뚝뚝 / 지상의 맨바닥을 걸어나갈 뿐'이라고 적어 희망이 단절된 사회의 이면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시'도시는 지금 세일 중'은 서양의 마네킹과 사치스런 수입 음악이 발목을 걷어차도 휘청거리지 않는 냉혹한 도시의 모습, 무표정한 사회 군상이 비정하게 그려졌다.

 

옆집 이웃의 죽음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고층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를 보고도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그의 고발은 현대인 가슴에 검붉은 피멍을 들이는 무거운 쇠망치. 도시 하나가 치마를 바꿔 입어도, 생명 없는 마네킹이 들끓어도 그의 눈에 비친 도시는 매정하다.

 

쉽게 읽히는 시마저 그에게는 '울컥' 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곡진한 애정이 많아서다.

 

"아직도 시 '밥맛'을 읽으면 가슴이 아립니다. 어느 날 쓰레기통을 뒤지는 한 걸인을 모시고 식당 몇 군데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손님들 밥맛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하나같이 내쫓더군요. 울분이 생겼습니다. 순간 나는 왜 그분을 집으로 모시고 가지 못하느냐며 자책을 하게 됐구요."

 

그는"첫 시집이라 미흡한 점이 많아 후회가 많았다"며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한 자들을 위해, 슬퍼도 슬프다고 말 못한 자들을 위해 우는 일보다 눈물의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익산문인협회, 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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