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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심재기 시인 첫 시집 '주머니 속에 잠든 세월'

"어두움도 환희도 끝내 등 휘게 짊어져야 하는 것"

진동규 시인은 심재기 시인(58·전주 서곡초교 교감)이 비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별명으로 '비'를 붙여줘야 할 정도라고. 그의 첫 시집 「주머니 속에 잠든 세월」(신아출판사)엔 비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자라온 환경이 비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부안 보완면 우동리 산골에서 태어났는데, 비만 오면 '멍'하니 감상에 젖었어요."

 

물 속에 잠긴 산처럼 되고 싶은 격정,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시심으로 정을 나누고픈 그가 주머니 속에 작은 행복을 하나하나 깨워 시집을 출간했다.

 

"동시집은 3권 냈지만, 시집 출간은 처음입니다. 뭔가 내인생의 후반기를 정리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시세계를 정리하고 싶어 시도했어요. "

 

형형색색의 표정으로 소용돌이쳤던 시간들은 자신만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반란. 그는 "뇌리 속에 맴돌던 푸념 몇 마디에 기름 치고 초를 쳤더니, 그게 시가 된 것 같다"며 "어설프고 낯짝이 화끈거려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바다는 그에게 피부에 와 닿는 바람 같은 것. 그의 폐 깊숙이 들어가 바다와 그가 한 덩어리가 되게 한다. 딴전 피우듯 어린 소년에게 수평선을 만들어주고 괭이 갈매기도 날게 만든다. 현실은 자신을 가두어도 잠자리 두어 마리 풀어 놓고 아주 편하게 날도록 하고, 그 잠자리로 그림을 그려내게도 한다. 이처럼 몇 줄 안 되는 시로도 그의 시가 확보하고 있는 공간은 아주 넓다.

 

"시를 통해 잘 다듬어진 철학을 품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시인으로 사는 일이 무엇인지 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어두움도 환희도 끝내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등 휘게 짊어져야 하는 겁니다. 살아있는 자의 의무를 시를 통해 풀어내는 게 숙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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