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누룽지 같은 맛이 들었을 시를 씁니다"
날마다 이별 아닌 이별연습을 한다고 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재활치료를 위해 오고 가는 길이 노심초사.
그러면서 되뇌인다. "팔 다리 하나쯤 못 쓰면 어때? 이만하면 고맙지 뭐."
은발의 황홀길에서 만난 시련. 하지만 시는 그에게 또다른 부처였다. 괴로울수록 꼭 껴앉았더니 '달 같은 세상 하나'가 쑥 뽑혔다. 소예 전선자 시인(61)의 두번째 시집 「달 같은 세상 하나」(시와 에세이)다.
"밥 먹고 나면, 누룽지 있잖아요. 제 시를 들여다보면, 그냥 그런 맛이 들겠거니 합니다."
3부 관계 시리즈는 검은 구름, 절망이 터져 하늘이 빗물로 얼룩진 병동에서 나비가 된 자신, 패잔병처럼 돌아와 앉은 남편, 생의 마지막까지 서로 손 놓지 말고 생의 마지막을 약속하는 이들에 대한 고백이다.
그 역시 지난해 고통이 한 차례 지나갔다. 목 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숭숭 뚫렸던 아린 이야기도 담겼다.
2부 연(蓮) 시리즈는 뒤늦게 불교에 입문하면서 맥없이 넌출거렸던 마음을 다잡은 시 꾸러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무념(無念)으로 서 있던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4부는 배움의 성지길에 오른 인도기행의 시다.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성불에 이른 금강좌인 부다가야 마하보디 대탑에서 머리 조아려 경배하며 순박하게 만난 늙은 석양과 눈인사를 한다. 삶과 죽음이 한데 엮어 가슴에 망치질 하게 만들었던 갠지스강의 일몰, 삶의 화두를 던진 라즈기르 나란다 대학에서의 깨달음까지 넓고 오묘한 심곡(心谷)이 담겼다.
그는 문학에 대한 갈증 적셔주는 가뭄 끝 단비와도 같았던 무주 여성 문인 모임인 '산글'을 창단, 시밭을 일궈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타리 들꽃같은 씨줄날줄이 여성 문인들을 끈끈하게 엮어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로 편입될 수 있었다고.
"좋은 인연의 모든 분들께 어줍은 두번째 시집을 바친다"며 "모든 사람과 선연(善緣)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신인 그는 전북여류문학회장과 무주문협 지부장을 맡았으며, 한국펜클럽 전북지회 부회장과 전북불교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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