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간의 순례길 기행수필집 '별이 내리는 마을에서 길을 묻다'
"'삶이 순례길'이라는 고백은 훌륭한 믿음이죠. 이땅에서 '이방인'이지만, 신이 함께 하니 외롭지 않다는 고백이니까요. 결국 천국으로 향하는 긴 도보여정 같아요.(웃음)"
예수의 12제자 중 사도 야고보의 전도길이 됐던 산티아고(생장피드포르~산티아고 컴포스텔라). 김연형 전주대 교수(60)와 서정순씨(55) 부부가 지난해 6~7월까지 32일간 완주했던 818km 역경의 순례길이다. 그리고 이들의 귀한 경험은 기행수필집 「별이 내리는 마을에서 길을 묻다」 출간으로 이어졌다.
"한 20여년간 산이란 산은 다 다녔어요. 걷기 좋아한 건 참 오래됐죠. 통계학과가 폐과되면서, 내가 지금껏 무얼 위해 살았나 참 회의도 들고, 마음이 많이 복잡했어요. 동료 교수의 제안으로 산티아고를 알게 되면서 무작정 떠났습니다. 무모했지만, 아주 값진 경험이었죠."
길은 처음부터 저 혼자서 길이었던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과 자연이 부대끼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내력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김 교수는 "순례길이 겪은 세월, 거기에 사람들이 그려놓은 무늬 속에서 비로소 신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오리숑에서 부르게터로 가는 길목에선 숲이 하나님의 최초 교회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서씨는 "스페인 북부 '빵 바구니'라는 별명을 얻은 메세타 고원 평지(구릉지)에서 만난 밀밭길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지치게 만들었다"며 "상처와 분노와 결기, 눈물과 한숨도 모두 끌어안은 길을 걸으면서 절대 고독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 잊고 있었던 추억을 반추하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다는 것.
32일간 기적처럼 단 한번도 비를 만나지 않은 점을 아주 감사하게 여긴다고도 했다. 여정이 시작되면, 흐렸던 날이 맑게 개였고, 숙소로 돌아오면 그제서야 비가 내려 축복이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곳의 순례길이 다른 목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안타깝다고 했다. 단순한 여가나 여행의 의미로 비춰지는 순례길에 수많은 이들이 살아온 내력이 올망졸망 맺혀 있기 때문. "순례길의 역사와 현재를 바로보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며 "덕분에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1~2월 중에 결혼 30주년과 회갑을 맞이한 히말라야 트래킹을 또다시 계획하고 있다. '길 속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찾기 위한 또다른 여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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