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 참조는 할 수 있지만 완전한 대안은 될 수 없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결석은 커녕 지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갔다. 우리나라 태풍처럼 심한 비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2시간 늦추고, 학교에서 '재미있는 날(fun day)' 행사가 열리는 나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교수로 지난 한 해를 보낸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45)가 「아빠의 눈으로 본 미국교육」(교육과학사)을 펴냈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국 교육에서 우리 교육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저마다의 문화역사적 토대 위에서, 그리고 사회적 상황 속에서 이뤄지지 때문에 다른 나라의 교육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 교육이 인상적이었다면 학교 중심이 아닌,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를 이해시키는 데 적극적이었다는 것. 반대로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쳐줄 것도 있었다. 이교수는 "우리나라 공교육 수준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질과 양 면에서 매우 높다"며 "문제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기준, 남의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이 사교육을 막는다고 하면서도 공교육보다 사교육 위주로 흘러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처럼 공교육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많은 학생들이 미국 교육에서 자신들의 대안을 찾으려고 미국 학교에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는 사고활동이자 습관이죠. 한국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못한 학생은 미국에서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교육을 보면서 우리 교육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이교수. '교실 수업 활동 : 학교 공부의 중심이다' '교실 밖 활동 :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부하기' '의사 소통 : 교육 주체들의 함께 교육하기' '교육 정책 : 공부하기의 밑거름이다' 등 4부로 구성된 책은 2008년 2월부터 8월까지 전북일보에 '이경한 교수의 미국교육현장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이 바탕이 됐다.
"우리가 단거리 달리기라면, 미국 교육은 오래 달리기입니다. 우리가 100m 달리기에만 승부를 걸고 있다면, 미국은 즐겁게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긴 호흡으로 학생들이 자기 장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죠."
이교수는 "1년간 미국살이를 하면서 두 아이의 학교 생활을 통해 미국 교육을 바라다 보니 편협한 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조금이라도 미국 교육을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미국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미국 교육이 여느 국가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지금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제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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