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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술 취한 조두순 - 이석현

이석현(장수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제64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두 신문 기사가 심경을 착잡하게 만든다. 하나는 모 지구대에서 취객을 제때 응급조치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해당 경찰관들이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조두순 사건으로 음주상태가 감형 사유가 되었다는 기사이다.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경찰의 한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매번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오롯이 관계자들만 욕먹고 넘어가는 게 능사인가'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자신의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만취된 주취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와 '타인을 공격하는 주취자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실 매일밤 주취자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경찰은 이 문제를 진작부터 고민해 왔다. 먼저 주취자 보호부터 살펴보면, 현행법은 경찰이 비의료인이면서 주취자를 초진하여 응급구호 여부를 판단하고, 지속적 '보호'를 위해 순찰대신 사무실을 지키도록 하는데, 어쩌다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해야 하는 경찰관서가 주취자들의 보호시설로 전락한 걸까? 일부 국민들도 헷갈려 하고 경찰 보호에 반감마저 갖고 있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취자 관리에 대한 개별법을 따로 만들고, 응급여부 판단은 영국처럼 경찰공의나 비교적 인적, 물적 장비를 갖춘 119구급대가 하고, 초동조치 이후 실질적 보호는 보건 복지행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가 맡아야 한다. 전문인력과 시설 및 프로그램을 갖추고 주취자 센터를 운영하는 등 결국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모든 관계 기관이 나서야 한다.

 

다음은 주취자 처벌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공장소에서의 주취행위 자체를 죄악시 하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찰관서가 주취자 난동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도 "술이 웬수지, 사람이 무슨 잘못이냐"라는 등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수갑을 채우는 등 강제력을 행사하면 인권침해로 송사에 휘말리기 일쑤다. 이제 이러한 관대한 음주문화에 대해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하며, 결국 조두순과 같은 아동 성폭력범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집행방해를 비롯한 모든 음주상태의 범죄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

 

위 두 사건을 계기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취자 문제가 실마리를 찾길 희망한다. 그러나, 2005년 국회에 입법발의된 주취자 보호법도 자동 폐기된 채 그 사실조차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는 요즘,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 같아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이석현(장수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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