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한 일상, 순한 몸짓의 울림"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한 시들은 나의 가난과 고단했던 가족의 일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도망칠 수 없었고 숨어버릴 수도 없었다. 한때는 신발 끈 동여매고 도망간 적도 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와 무관한 이들과 놀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왔다. 빈둥거리며 한 눈 팔다가 이제야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나왔다."
장교철 시인(56·순창고교 교사)의 첫 시집 「쓸쓸한 강물」(신아출판사)엔 손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집 출간에 대한 애잔함이 깃들어 있다. '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구했던 긴 시간. 오랜 쓸쓸함 끝에 봄날 들불 같은 아우성이 잘 여문 꽃씨로 갈무리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로소 그는 참 시인이 됐다.
그의 심미안의 축은 고향인 순창이다. 순창 장구목을 보면서 불평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새순이 터지지 않아 물안개마저 조심조심 발걸음하는 봄을 응시한다. 시 '장구목의 봄'은 그렇게 쓰여졌다.
배우지 않고서는 진실의 아픔과 마주할 수 없는 법. 시'첫 월급 받은 날을 기억하면'엔 역사·자연·삶의 문맹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채근하는 모습이 담겼다. 오랜 시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지내온 소명의식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장 시인은 "이제는 용기 내어 힘을 보태 기름진 밭을 일굴 때"라며 "소소한 생활 속에서 부딪혀오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되 낮고 순한 몸짓으로 공명 있는 시를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남원 출생인 그는 전주대를 졸업하고, 1992년 「문예사조」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전북문협 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순창문인협회 회장을 역임, 순창군민의 장 문화장(2005), 전북시문학상(2007)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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