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붙드는 그리움"
1980년 12월, 그의의 소설 「새」가 동아일보의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하지만 서슬 퍼렇던 신군부의 검열에 걸려 당선작은 다른 이름으로 뒤바뀌게 됐다. 소설가 이청준씨는 그를 불러 낙담하지 말고, 더 좋은 작품 쓸 것을 권유했다.
그 즈음 그는 교사직을 버리고, 사회과학출판사 '인동(忍冬)'을 차렸다. 광주 항쟁을 다룬 시 '앤솔로지'를 비롯해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재산을 날려버리는 불운(不運)을 맞는다. 영화에서도, 무역업에서도, 심지어 다큐멘터리 제작 스튜디오까지 차렸으나, 그는 연거푸 실패.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되는 행운(幸運)도 오래가진 못했다. 한 마디로 그는 풍운아(風雲兒)의 삶을 살았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영옥씨(59)가 시집 「네게 강 같은 기다림」을 펴냈다. 이씨는 "시는 지금껏 나에게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혹과 같았다"며 "어는 때는 거추장스러운 방해꾼이 되기도 하고, 또 언제는 더 없이 엄혹한 상황도 견디어 낼 마음 속 지주가 됐다"고 발문에 적었다.
시집은 '네 눈에 드는 달','우리가 머무는 곳','집으로 가는 길','네게 강 같은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그는 "아내와의 이별과 같은 절망에서도 그를 온전하게 지탱하도록 한 것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던 시심(詩心)이었다"며 "계절의 변화, 일상생활의 추억, 좋아했던 풍경도 자유를 잃어버린 내가 꿈꾸는 또다른 그리움이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소박하고, 정갈하며, 오래 삭아 자연스럽다. 그가 한시도 글을 쓰는 작가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주 출생인 그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 작품집 「새」,「즐거운 전쟁」, 「손」,「遠行」 등이 있으며, 옥중에서도 출간한 소설집 「아주 특별한 꿈」과 앞선 시집 「山길」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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