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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수필가 김순영씨 '東이 西에서 먼 것 같이' 출간

"남편과의 이별 예행연습 담았어요"

"이 책은 2005년에 준비했어요. 바깥 양반이 세상을 뜬 사이 수필집 발간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 당시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용감무쌍한 제목을 정했는가 싶지만, 첫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내놓았어요."

 

수필가 김순영(73)씨는 수필집 「東이 西에서 먼 것 같이」 출간을 알리는 게 여전히 조심스러운듯 했다. 남편의 부재로 글이 한 줄도 생각나지 않았다며 그냥 눈물만 흘렸다고 고백했다.

 

"반세기를 한 남자와 동고동락(同苦同樂) 했어요. 모든 것이 그 사람과 연결이 안 된 것이 없었으니, 좌절감이 말도 못했죠."

 

그는 남편은 키도 작고 이쁘지도 않은 나와 동행을 마다한 적이 없었지만, 외국 여행 만큼은 한사코 거절했다며 미국 뉴욕 여행만을 허락한 뒤 혼자 먼 길을 떠났다고 했다. 책 제목이자 표제작인 '東이 西에서 먼 것 같이'는 먼 길 떠난 남편과 자신과의 이별 예행연습 이야기를 다뤘다.

 

상처를 다루며 치유를 모색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다. 김씨는 고통 속에서 '나'를 더함이나 덜함이 없이 알아보는 신을 만난 것이 큰 축복이었다고 적었다. 그의 가슴을 뛰게 했던 성경 구절도 군데 군데 함께 실렸다.

 

"이해인 수녀님도 글로 선교를 하시잖아요. 문단에도 수필가 이정현씨가 있어요. 그 글에서도 향기가 나거든요.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그는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진짜 속 마음은 좋은 동화를 쓰는 일"이었다고 할 만큼 동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각별했다.

 

"그런데 결혼하면서 글 쓰는 호흡이 많이 짧아졌어요.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면서 글을 쓴다는 게 불가능해졌죠. 틈 날 때마다 수필을 더 많이 쓰게 됐어요."

 

하지만 수필에 배어 있는 뛰어난 문학성은 어느 장르에 못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는 전북문화상을 받았을 때의 충격을 일화로 들려줬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무슨 수필가한테, 문학상을 주느냐는 거예요. 이는 수필을 문학성이 없는 장르로 여겼다는 뜻입니다. 젊은 시절 분개해서 데모도 하고, 쓴소리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젠 신께 간청합니다. 좋은 글로 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구요."

 

그는 올해 또 다른 수필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10년의 공백기가 그의 문단 나들이를 더욱 반갑게 하는듯 하다. 1961년 전북일보와 삼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현재 한국문협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및 전북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꼭 하고 싶은 이야기」와 「어느 하루도 같은 아침은 없다」,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등을 펴낸 바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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