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고 허전하고 아픈 곳을 향한 독백
특수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나혜경 시인(46)은 "더불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는 부족한 곳, 허전한 곳, 쓸쓸한 곳, 아픈 곳을 향한다.
시인의 두번째 시집 「담쟁이덩굴의 독법」(고요아침) 역시 모든 관심이 높은 곳을 지향할 때 낮은 곳에서, 모자라기 때문에 오히려 더 넉넉한 것들에 대한 시다.
'팔랑팔랑 날아온 아이, 양 다리가 그랗게 휘었구나 / 쿵덕쿵덕 방아 찧는 아이, 왼발이 오른발보다 조금 짧구나 / 묵묵부답 답답한 아이, 들리지 않는구나 / 코 묻은 얼굴로 날 뜨겁게 껴안는 아이, 미안한 줄 모르는구나 / 비 오는 날 우선 접고 진흙땅을 가로질러 가는 아이, 낭만주의자구나 // 온전하여 앞 뒤 가리느라 / 낭만 한 번 부려 보지 못한 나는 불쌍타' ('아름다운 불구' 중에서)
'요'를 잘라먹는 특수학교 아이들. 그러나 그는 "글자 한 자 사이만큼 가까이 당겨지니 더 잘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있는 시인은 그 곳에서 시를 길어올린다.
쉽게 읽히는 듯 하지만 한 편의 수필, 한 편의 소설로도 풀어내지 못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래 들여다 볼 수록 내 삶을 위로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
김제가 고향인 시인은 1992년 '문예한국'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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