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단어 사이…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깨달음으로 쓴 시들
'전두환 같은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 은행나무가지를 흔들어댄다 / 은행나무를 발로 차기도 한다 / 그때마다 노란 은행잎이 죄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 (…) / 아직 떨어지지 않는 초록 잎까지 / 긴 막대기로 후려친다 / 상처입어 찢어진 초록 잎들이 무수히 내려앉는다 / (…)' (시 '낙엽 쓸기' 중에서)
시 '낙엽 쓸기'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9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오송회 간첩단 사건'으로 세상은 시끄러웠다. 학교 뒷산 솔밭에 앉아 4·19를 기억하며 현실을 안타까워 하던 군산 제일고 전·현직 교사들은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실 출생 강상기 시인(64) 역시 오송회 사건에 연루돼 차가운 감방에 갇혔고, 17년간 교직을 떠나야만 했다. 2008년 11월 오송회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09년 8월 교직에서 정년퇴임했다. 한결 가벼워진 것일까.
그가 시집 「와와 쏴쏴」(시와에세이)를 펴냈다. 표제시 '와와 쏴쏴'는 집회장에서 건진 시. '와와'하는 사람들의 함성과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쏴쏴'가 합쳐지니 '와와 쏴쏴'다.
'노동으로 휘어진 당신의 허리 같은 포크, / 당신의 분노 같은 나이프를 들며 /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찔어야 할까를 안다'나 '눈도 없는 것이 / 귀도 없는 것이 / 코도 없는 것이 // 길쭉한 몸통을 오므렸다 폈다 / 하는 일은 위대하다'나, 날카로운 눈매와 고요한 지혜가 담겨있는 그의 시를 부조리한 사회는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시집은 단어와 단어 사이,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깨달음으로 쓴 시들이다. 그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살피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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