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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한 여름밤 만나는 추리·공포소설

치밀한 복선에 '오싹'…허찌른 반전에 '섬뜩'

무더위엔 추리·스릴러 소설을 읽는 '북캉스'는 어떨까.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설 종합선물세트다. 읽다 보면 숨 막히는 반전과 서늘한 기운으로 무더위는 '싹' 가실 것 같다.

 

「반가운 살인자」(노블마인)는 2009년 '한국 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한 서미애씨의 단편 소설집. 표제작'반가운 살인자'는 2004년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비 오는 목요일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져 시민들을 떨게 한 '서울판 살인의 추억'을 소재로 했다. 평소 신문에 난 사건을 꼼꼼히 본다는 서씨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잔잔한 슬픔을 깔았다. 영화로도 개봉됐으며, 연극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으로도 올려진 바 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황금가지)는 열 가지 이야기로 열가지 공포를 선물한다. 막다른 길에서 남들의 나쁜 기억을 대신 받아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인 '기억 변기', 갑자기 나타난 괴물체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는 이야기를 그린 '네모', 옷들의 반란을 그린 '벗어버리다'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에서 끄집어낸 공포라 더 섬뜩하다. 매년 여름 출간되는 공포 소설집으로 김종일 이종권 장은호 류동욱 모희수 우명희 임태훈 엄길윤 황태환 이종호씨가 썼다.

 

「원죄자」(폴라북스)는 '서술의 묘미'를 잘 살리는 오리하라 이치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치밀한 복선과 교묘한 구성이 압권. 자유기고가 이라가시는 어느 날 자기 앞으로 결백을 호소하는 살인용의자 가와하라의 편지를 받는다. 가와하라는 약혼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라가시는 반신반의하면서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가와하라의 결백을 증명할 인물이 나타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가와하라의 주변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평가받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작가정신)은 개성 넘치는 주인공과 허를 찌르는 유머, 극적인 전개와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상의 해안도시인 하자키를 배경으로 한 수수께끼 사건과 별난 캐릭터들의 반전이 벌어진다. 평화로운 가을의 일요일 한낮, 고다마 부동산 사모님이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빌라인 매그놀리아를 찾아온다. 바닷가 언덕에 지어진 그림 같은 열 채의 집 중 3호를 구경하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온다. 신원을 알 수 없을 만큼 얼굴과 손가락이 짓뭉개진 시체가 발견된 것. 그 와중에 발생되는 살인사건까지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왜 부인을 죽이고 싶냐고? 결혼하면 알아."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살림)은 기 센 마누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네 남자의 포복절도 마누라 죽이기를 담고 있다. 결혼 생활이 끔찍하긴 하지만 부대끼고 살면서 쌓인 정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 작가는 "아무 불만도 없는 삶이란 살맛나지 않은 건지 모른다."는 주인공의 자조 섞인 말처럼 마누라가 밉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한 이불 덮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스릴러 소설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마커스 세이키의 데뷔작.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 입힌다」(황금가지)는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잃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이 과거에 저지른 범죄로 인해 또 다른 범죄에 발을 내딛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던 그에게 옛 파트너 에번이 찾아와 과거의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새롭게 쌓아올린 모든 것,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지자 대니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프리처」(살림)는 2006년 '스웨덴 국민 문학상'을 받으며 순식간에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선 카밀라 레크베리의 문제작. 작고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 미스터리를 통해 음울하고 오싹한 공포를 절묘하게 버무려 낸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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