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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강진호·허재영 교수 '조선어독본' 영인본 출간

끝나지 않은 일제청산 '뼈아픈 지적'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의 궁극적 목적은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동화'하는 데 있었다.

 

내지인(內地人·당시 일본인을 일컫던 말)과 조선인이 같다는 내선일체(內鮮一體)론이 대표적이다.

 

이런 식민지 동화 정책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교육이었고 학교에서 배우는 '조선어' 교과도 이에 일익을 담당했다.

 

성신여대 강진호 교수와 단국대 허재영 교수가 함께 엮어낸 영인본 「조선어독본」(전5권. 제이앤씨 펴냄)은 이 당시 조선어 교과서를 한데 묶은 것이다.

 

편자들은 「조선어독본」이 조선어를 배우는 언어 교과서인데도 오히려 본문에는 수신(修身·윤리) 교과서에나 나와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절과 도덕이 강조되고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을 예찬하는 글이 주로 조선어 교과서에 실렸던 것이다.

 

조선어 교과서들은 또 사회 위생을 강조하는 글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약물' '하계위생' '청결' '신선한 공기' '종두' 등이 모두 위생과 청결을 다루고 있다.

 

편자들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조선인에게 '황국신민(皇國臣民)다운 자질과 품성을 갖게 한다'는 일제의 교육목표에 맞춘 것이라고 봤다. 예절과 도덕은 식민 치하에서 강요된 규율과 지침이며 위생 역시 '국민의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조선어독본」에 실린 솔거와 박혁거세, 한석봉, 서경덕, 이퇴계, 이율곡 등도 단순히 신화적인 내용이나 일화만 소개함으로써 민족적인 색채를 빼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령 솔거는 단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으로만 묘사될 뿐, 조선의 얼과 정신을 가진 역사적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편자들은 이 「조선어독본」이 해방 후 간행된 '초등 국어교본'과 60% 이상이 일치하며 일부 단원은 지금의 교과서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일제 청산은 '국어 교과서'에서조차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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