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담아내는 정겨운 골목 가라지기 전에 보완해야
이 사내, 부지런하다. 매우 활동적이다. 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어릴적 술래잡기, 딱지치기, 숨바꼭질, 얼음땡을 하던 골목길을 소중한 기억으로 갖고 있다.
교육학 박사이며 지리학자인 이경한이 「골목길에서 마주치다」(푸른길)를 펴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1년 넘게 발품 판 소중한 기록을 담아서인지 이 책에는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
상인들의 흥정과 호객 행위, 소비자의 물건 값을 깎는 행위,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 등이 넘치는 시장 골목에서 생기를, 단칼에 동태를 서너 동강이를 내는 아주머니의 숙련된 칼질에서 삶의 생명력을 발견한다.
생존과 품위의 경계선상에서 시장 골목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응시하고 있다.
집과 집이 올망졸망 모여서 마치 미궁처럼 변한 곳. 골목이 골목다운 것은 이 고불고불함에 있다. 다만 이 미로의 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함정이 아니라 담장, 대문, 화분, 그밖의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다.(99쪽)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길 풍경을 그림처럼 묘사한 저자는 도시와 교외를 막론한 우리 주변 다양한 골목길의 풍경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되돌아본다.
이 책에서 그는 골목길이 가진 현대사적 의미와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지리학적 요소들을 학자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조목조목 찾아낸다. 시장과 여인숙이 동거하는 거리 병무청 안길, 그냥 지나가기도 좁은 말바우 시장 골목길 안에 꼭꼭 들어찬 노점상들의 행렬, 홍어가 빚어낸 거리 영산포, 담주리와 천변리 골목이 보여주는 생생한 대문의 변천사 등을 통해 지리학 이론과 골목의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골목길에는 삶의 현장성이 강하다. 길을 따라서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프론티어 정신이 생존능력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도심 재개발에 밀려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골목길을 안타까워 한다.
"골목에는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이 있죠. 끼리끼리 어깨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이 있는 곳이다. 골목길을 직선화 하는 것보다는 골목길이 삶을 담아내는 소중한 곳인 만큼 불편하다면 보완하는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이자 지리학자인 저자는 저서로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 「희망은 아이들이다」, 「아빠의 눈으로 본 미국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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