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천 시인 시화집 '십만년의 사랑' 펴내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사람이야말로 절경이다.'
문인수 시인의 시쓰기 방식이다. 정윤천 시인(51)은 그에게 사용료 1000원을 지불하고,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는 대목을 얻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사람 구경인 까닭이다. 그가 응시한 절경은 바로 사랑. '사랑의 가객'이 되어 4년 만에 돌아온 시인의 손엔 시화집 「십만년의 사랑」(문학동네)이 들려 있었다. 부제'마흔한 편의 사랑 노래와 한 닢의 편지'는 위태로울 만큼 감성적인 사랑의 시라기 보다 사랑의 진풍경을 보여주는 진득함이 묻어난다.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 십만 년의 해가 오르고 / 십만 년의 달이 이울고 / 십만 년의 강물이 흘러갔다 // 사람의 손과 머리를 빌어서는 / 아무래도 잘 헤아려지지 않을 지독한 / 고독의 시간 / 십만 년의 노을이 스러져야 했다.'('십만 년의 사랑' 중에서)
일 분, 일 초 만에도 사랑은 왔다가 간다. 시인은 십 만 년이나 되는 사랑을 짊어지고 '추운 별' 지구에서 오랜 시간 방황했다. 그의 '사랑의 방정식'에 따르면 '당신' 혹은 '너'는 일 초인 동시에 십만 년도 될 수 있는 존재. '한 번은 소나기'로, '한 번은 무지개'로 사랑은 흐려졌다 개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의 지인 영화평론가 신귀백씨는 "대중 가요 '뽕짝 삘'을 기대했다면 9000원은 비싸지만, 아무도 모르는 해제의 지점에서 얻어진 사랑이 존재에 대한 고찰이라면 8만원을 받아야 할 시집"이라고 했다.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황홀을 내보이는 한희원씨의 그림은 더욱 깊어진 서정을 선물한다. 전남 화순 출생인 그는 광주대를 졸업했으며, 1991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정읍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구석」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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