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40년 인천에서 태어났습니다. 1945년 해방되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저는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듯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인천은 해방된 후 입니다. 시장에는 장이들이 갓 지어 온 독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고, 친구 놈들 중 한 두어 놈은 배를 타러 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제법 북적대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6.25 전쟁이 한바탕 휘몰아 쳐간 후 일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때쯤 저는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차츰 평화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늦은 오후 노을을 보면서도 삶이 무엇이지 고민하는 제 마음은 아련한 허전함으로 간지럽기만 했습니다.
주변 어른들의 말과 행동, 그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던 것이 그때부터였던 듯합니다. 그 즈음 돌아가신 아버지도 종종 떠올려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시절, 『인간의 조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제목만큼이나 분량도 만만치 않았던 그 책을 밤잠도 설치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책의 주인공이었던 '가지'라는 청년은 한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됨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순수하고 용감한 남성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에서 남자의 자존심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그처럼 살고 싶다고 몇 번이고 다짐 했습니다.
젊은 시절 그레이스켈리를 닮았던 제 아내에게 순정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에도,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에도, 제 가슴 한 켠에는 '가지'처럼 강한 열정과 큰 사랑을 뿜어내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 함께 했습니다.
살다보면 힘든 날이 왜 없겠습니까만 언젠가부터 제 마음에 각인 되어있는 강한 의지는 힘겨운 순간을 이겨내고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되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아직도 내일을 꿈꾸고, 아내를 하루하루 더욱 좋아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 한권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조건을 썼던 고미카와 준페이는 본인이 직접 전쟁에 참전하면서 목격했던 전쟁의 참혹함과 그 안에서 느꼈던 인간의 고뇌를 책 한편으로 풀어냈습니다. 한권의 책 속에 담긴 깊은 성찰과 지혜는 읽는 이의 마음과 감응하여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마음에 자리 잡은 개념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그의 나머지의 삶 깊은 곳에 뿌리박혀 그를 지배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만약 인간의 조건만큼 제 마음을 울리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약주 한잔에 부르는 노래가 즐거움인 것이고 사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그 당시 제가 바라보던 어떤 이처럼 약주 한잔이 삶의 낙인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모든 아이들이 소외 됨 없이 좋은 책을 만나 깊은 감명을 느끼고, 자신만의 삶을 꿈꾸길 바랍니다. 저의 이런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책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책이 부족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꿈을 선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싱글벙글 책나눔 캠페인
빈곤가정아동들에게 책을 선물해 주세요.
모금기간 : 2011년 4월 ~ 8월
송금계좌 : 농협중앙회 10573964-75-9932 (예금주 어린이재단)
참여방법 : 정기후원, 도서비 지원
참여문의 : T. 276-2589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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