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ABC 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수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퀴즈 대결이 펼쳐졌다.
바로 인간 퀴즈의 달인 두 명과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과의 대결이었다.
사흘간 열린 대결에서 왓슨은 74연승의 최다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켄 제닝스를 비롯한 인간 경쟁자들을 완파했다.
비즈니스위크의 테크놀로지 부문 수석 편집자인 스티븐 베이커가 쓴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세종서적 펴냄. 원제 'Final Jeopardy')는 왓슨이 2007년 처음 탄생해 퀴즈 챔피언이 될 때까지의 자취를 짚어본 책이다.
IBM은 1997년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대결에서 인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누른 이후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보여줄 새로운 대결로 '제퍼디'를 택했다.
제퍼디는 다양한 분야의 질문을 망라할 뿐 아니라 질문 자체에 은유적인 표현과 말장난을 담고 있어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했다.
처음 만들어낸 컴퓨터의 성적은 형편 없었다.
왓슨의 전신인 '블루 제이'는 "3세와 18세 때 센세이션을 일으킨 팝스타로 2000년에 '갓 밀크(Got milk)?' 광고에 100번째 모델로 출연한 사람은?"(정답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이라는 질문에 얼토당토 않게 '홀리 크랩'(Holy Crap. '맙소사'라는 뜻)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고 러시아어 작별 인사를 묻는 질문에 '콜레스테롤'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진들의 노력에 곧 실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킬빌'의 주연으로 11년간 뉴욕 양키스의 포수를 맡았던 사람"을 묻는 넌센스 질문에 '우마 서먼 먼슨'(우마 서먼+서먼 먼슨)이라고 정답을 맞힐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 책은 왓슨의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의 현주소도 짚어보고 있다.
생각하는 컴퓨터의 눈부신 성장은 언젠가 컴퓨터가 인간의 노동력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준다.
저자는 그러나 "컴퓨터와 공존한다고 해서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의 가차 없는 논리로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똑똑한 컴퓨터가 한 가지 효용이 있다면 노래하기, 수영하기, 사랑에 빠지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수한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다."(321-322쪽)
이창희 옮김. 336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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