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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득음하듯 풀어 엮은 '명창들의 삶'

최동현 교수, 본보 연재 원고 다듬어 '명창 이야기' 출간

1973년 초여름 박동진 명창의 '흥보가'를 만났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군산대 교수(55)는 욕과 재담이 뛰어난 '최후의 광대'에 푹 빠져 판소리의 열렬한 팬이 됐다. 판소리를 연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 말이다. 본보에 '최동현의 명창 이야기'를 연재했던 그가 이 원고를 다듬어 「명창 이야기」(신아출판사)로 펴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잘못된 부분이 많이 발견 돼 놀랐습니다. 왜 이런 오류가 생겼는지 난감하고 부끄러웠어요. 독자들이 나 때문에 잘못된 지식을 얻게 됐으니, 죄송하다는 말로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지요.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 책으로 낸 게 천만다행입니다."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이는 게 판소리. 그는 판소리 연구를 해오면서 '소문'에 머물러 있는 '판소리 명창론'을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소리꾼들이 극적으로 득음의 순간을 경험했듯 그 역시 이같은 책을 내놓기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일고수 이명창'이란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판소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명창입니다. 물론 명창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꼽은 명창은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판소리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활동을 했던 소리꾼입니다."

 

그는 "명창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명창의 생애에 주목하고 때때로 예술성에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적어도 그 시대 명창에 관한 이야기는 대개 구전이었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 지 분명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과거의 오류가 다수 수정됐으며, 이런 학계의 성과를 일반인들과 공유하게 됐다.

 

책에는 비가비 권삼득을 시작으로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 서편제 판소리의 시조 박유전, 근대 문물이 만든 명창 임방울, 서민 정서를 대변한 박초월 등과 판소리의 절대적인 후원자 신재효까지 포함됐다. 판소리는 고리타분한 노인들의 음악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재밌고도 유익한 젊은 예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 그는 올해 안에 또다른 판소리 이론서 「키워드 총서 - 소리꾼」(문학동네)을 출간할 예정. 그는 고수를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책 출간에도 욕심을 냈다. 잊혀질 뻔한 훌륭한 명창들이 그에 의해 기록된 것처럼, 고수도 그에 의해 또다른 판소리사로 기억될 것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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