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같은 시 365편…화해를 말하다
"거칠어진 영혼을 달래는 데 있어 시(詩)만한 것이 또 있을까."
주봉구 시인(67)이 시 365편을 빼곡히 담아 시전집 '숲길을 가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첫번째 시집 '머슴새'를 비롯해 '황토 한 줌','잠들지 않는 바다','길 떠나는 바람','시인의 집','집 없는 달팽이','숲길을 가다' 등을 통해 그의 시세계가 망라됐다. '제10회 전북 시인상'을 안겨준 시를 비롯해 그만의 서정시 한 편 한 편이 주는 깊어진 울림과 만날 수 있다.
"흰 눈에 갇힌 산을 보면 생목(生木)들의 소리가 불구자의 뼈아픈 신음소리로 들려요. 내 시는 눈물이고, 조약돌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거창한 무엇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일상의 축소판으로서의 그의 시는 가난으로 인해 청소년기 흘렸던 눈물과 고군분투했던 직장생활, 가정을 오고 가던 시간 등이 담겼다. 허소라 시인(군산대 명예교수)은 "주봉구의 시는 결코 골리앗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몇 편의 시('거꾸로 살기','비 내리는 금남로에서' 등)를 통해 삶과 죽음이 함께 용해되고 화해되는 공간에 그의 시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양 시인(우석대 명예교수)도 그의 시세계를 두고 "우리 시대에 덧씌워진 죽음의 그늘을 통해 우리 시대의 누명을 벗기고자 하는 형벌, 그 참담한 형벌을 감히 견디고 있는 흉터 많은 시인"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의 시의 궁극적 지향은 화해와 사랑, 복원이다. 온갖 시련을 이겨낸 시인의 시는 젊은 시인들에게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로 기억될 것이다.
정읍에서 태어나 2006년 정읍기상관측소장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1979년 '시와 의식'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와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 시선집을 발표했으며, 전북불교문학회장,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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