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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열대기후

'이열치열' 더 뜨거운 곳으로

찌는 듯 한 더위에 몸은 더 늘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야 하는 일도 하기 싫은 지금이 책을 읽기에는 적기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보다 더 더운 지방의 이야기를 보면서 스스로 위로(?) 하는 방법은 어떨까? 게으르고 의욕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과 그 곳을 여행하는 자들에게서 또 희망을 배워 보는 것. 이 계절만 지나면 우리에게는 시원한 가을도 있고 눈 내리는 겨울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니겠는가.

 

 

▲ 사막에서 삶을 되돌아보다 - 백년보다 긴 하루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저/ 열린책들/ 1만 800원

 

광활한 스텝지역의 조그만 한 간이역. 생명이라고는 찾기 힘들 것 같은 이 사막의 불모지에도 삶은 존재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이곳에 정착한 군인 부란니 예지게이가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30년 이상을 같이 일한 동료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베이뜨묘지까지 가는 하루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 그는 묘지를 향해 걸으며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회고한다.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스텝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펼쳐지며 그 위에 펼쳐진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 새로운 행성의 이야기가 신비롭다. 중앙아시아 민족의 전설과 역사, 그리고 현실과 공상의 독특한 배합이 화려하게 수놓은 융단처럼 다가올 것.

 

저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대표 작가로써 1963년 「자밀리아」로 당시 소련의 최고 영예인 레닌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79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숨졌다.

 

▲ 배낭여행자들과의 인터뷰 - 온 더 로드(On the Road)

 

박준 저/ 넥서스북스/ 1만 3,000원

 

' 왜 꿈만 꾸고 있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다. 돌아와 일상 속에서 더 잘살기 위해서이다' (본문 중에서)

 

길 위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어떻게 느낄까?

 

여행자가로 유명한 박준이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책이다. 저자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로 떠난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10년 전 우연히 카오산 로드에서 여러 국적의 수많은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는 저자가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여행에 대해 말하는 것. 'EBS 열린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영되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장기배장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후덥지근한 바람과 매캐한 공기, 이질적인 분위기,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태국의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과 다짐을 얻을 수 있을 것. 더위에 지지 않는 활력소가 될 책이다.

 

▲ 베트남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저/ 문학동네/ 8,500원

 

' 밤은 불안정했다. 별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산비탈에는 숲이 두 발로 굳건히 버티면서 일어서는 것 같았다. 오두막집들이 녹아서 냇물 속으로 실려 갔다. 대자연은 개시만 할 뿐 절대로 마무리하는 법이 없는 몸짓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베트남은 프랑스에 있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기억조차 닿지 않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다. 18세기 프랑스 선교간의 비단길은 포르투갈, 모로코를 거쳐 인도 세일론을 따라 열 세달 만에 목적지에 닿는다. 이 후 이들의 삶은 다다를 수 없었던 나라, 베트남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다. 불안한 열정으로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프랑스의 혁명으로 조국에서 잊히게 되는데.

 

조용한 문체지만 무겁게 읽히는 이 소설은 아름답고 아련한 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저자가 후기에 덧댄 베트남 근대사는 유용하기까지 하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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