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맛&여행] 코트에서…무대에서, 그들의 열정앞에 세월은 없다

때려야(?)사는 여자들, '소리지존 퓨전 타악 퍼포먼스'

"드그드그 따그따그…."

 

26일 전주 평화동 코오롱아파트 앞 상가 지하 전주청소년문화센터.

 

난타 북·사물 북·모듬 북·세트드럼·잼블럭·카우벨 등 각종 타악기 앞에 선 '미인'들이 합주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은 '소리지존 퓨전 타악 퍼포먼스'(이하 소리지존) 이미정(42)·박미영(44)·이성숙(41)·곽미진(42) 씨. 단원은 모두 9명이지만, 이 4명은 지난 2007년 11월 창단 당시부터 손발을 맞춰 온 '절친'이다.

 

"처음부터 '공연단을 키우자'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취미 활동으로 즐기려고 했던 건데 일이 이렇게 커졌네요."

 

'소리지존' 단장인 이미정 씨는 "모두 스틱 잡는 방법부터 배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한 번 공연하면, 여러 군데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고, 지난 4, 5월엔 매주 공연이 있을 만큼 '귀한 몸'이 됐다. 공연복이 주로 핫팬츠와 부츠, 스팽글(spangle·일명 반짝이) 달린 옷이어서 이들이 단체로 거리를 누비면 운전자들이 뒤돌아보는 등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소리지존은 이제 취미 수준을 벗어나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라고 자부하던 이성숙 씨도 2009년 데뷔 무대인 전주 완산여고 축제에선 "너무 긴장해서 동작을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학생들의 호응이 대단해서 기분은 한마디로 짱이었다"고 웃었다.

 

'소리지존'의 뿌리는 앞서 2007년 6월 창단된 '전주신성클럽'. 전주 신성초 학년별 배구 대항전에서 뛰었던 '엄마'들이 주축이 됐다. 지금도 이들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엔 배구,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은 난타 연습을 한다. 모두 때려야(?) 사는 여자들인 셈.

 

그 사이 '전주신성클럽'은 가장 초보인 3부 리그에서 올해 1부 리그로 승격됐고, '소리지존'은 준 프로로 성장했다. '전주신성클럽'은 지난해 도지사배와 전주시장배 2부에서 우승했다.

 

"제 별명이 꽃이었어요. 뿌리를 내리면 못 움직이는…."

 

이성숙 씨는 "처음엔 공이 오면 '온다'하고 손을 내밀면 벌써 땅에 떨어졌다"며 "지금은 꽃이 아니라 벌과 나비가 되어 공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5년 가까이 거의 매일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배구와 난타를 즐기면서 이들의 몸과 생활은 몰라 보게 달라졌다.

 

"병원에선 갑상선 때문에 운동을 전혀 하지 말라고 했다"던 이미정 씨는 오히려 운동을 하면서 편두통 등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박미영 씨는 "강당에서 배구 연습을 하면, 애들이 친구들을 데려와서 '우리 엄마야. 알통 보여줘'라고 조른다"며 흐뭇해했다.

 

"운동하기 전엔 골 밀도가 약했다"는 이성숙 씨는 얼마 전 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상위권으로 나왔다.

 

10년 전 수원에서 친·인척 하나 없는 전주로 이사왔다는 곽미진 씨는 '전주신성클럽'과 '소리지존'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성격도 밝아졌다. 곽 씨가 집에만 있는 것을 싫어했던 남편 박정열 씨(47)가 "가장 정열적으로 밀어줬다." '맏언니' 박미영 씨는 "미진이는 '한근육' 한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섹시해 팀에서 '꿀벅지'를 맡고 있다"며 곽 씨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최근엔 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에 반한 자녀들도 사물놀이를 시작했다.

 

이성숙 씨 아들 강인한 군(전주 신성초 4학년)은 징과 꽹과리, 곽미진 씨 아들 박의정 군(전주 신성초 5학년)은 꽹과리, 이미정 씨 딸 김소정 양(전주 신성초 5학년)은 장구를 친다.

 

요즘 자선공연엔 아이들이 사물놀이로 무대를 열고, 엄마들이 난타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이들은 배구와 난타의 공통점으로 함께한다는 것과 책임감을 꼽았다.

 

"보통 주부들이 헬스장에 가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건 혼자서 하기 때문이에요. 배구는 같이 하기 때문에 자기 포지션에 따라 책임감이 따르고, 경기가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하게 돼요. 난타도 마찬가지예요. 조금만 딴 생각하면 동작이 틀리죠. 여러 명이 어울리니까 웃는 횟수가 늘어요."

 

이미정 씨는 "배구든 난타든 단원들 간 호흡이 맞지 않으면 맞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타악퍼포먼스 지도사 자격 과정을 개설, 난타 대중화에 나선 이들은 "난타는 일단 흥겨워요. 치는 것 말고도 화려한 몸놀림이 들어가서 운동량이 배구만큼 많아요. 하다가 채가 날아가고, 반토막 날 때도 있지만, 서로 웃으면서 해요"라며 입을 모았다.

 

 

김준희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해설] ‘청곱창’···신품종인가, 중국산 ‘단김’인가

군산[산업화 위기 맞은 고군산 청곱창김] [상] ‘불법’ 낙인 위기

무주미리 찾아온 무주군 성탄 분위기

자치·의회[12·3 불법계엄 1년]전북도의회 “내란의 근본 책임에 대한 정의로운 심판 촉구”

국회·정당[12·3 불법계엄 1년]혁신당 전북도당 “전북도민과 내란세력 척결, 민주공화국 가치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