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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외설

예술 혹은 외설, 그 경계는?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경신 의원의 블로그가 화제가 됐다. 애매모호한 잣대로 평가절하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쿠베르의 '세상의 기원'이라는 그림을 올린 것. 여성의 음부가 캔버스를 채운 이 그림은 네티즌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많은 파장을 만들어 냈다. 과연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일까? 확실한 답이 존재하기는 한 걸까? 영화가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것처럼 조각이나 그림도 나이 제한을 둬야 하는 것일까?

 

다른 예술 작품처럼 예술과 외설의 위헌한 줄타기를 하는 소설들이 있다. 한 때 금지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작품도 있고 출판과 동시에 진통을 겪은 소설도 있다. 이 책들은 음란물일까, 예술일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 채털리 부인의 사랑

 

 

D. H. 로렌스/ 범우사/ 1만 2,000원

 

전쟁으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남편을 가진 채털리 부인은 남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충족시킬 수가 없다. 공허한 마음에 외로워하던 그 때, 산지기 올리버 멜러즈와 마나게 되고 참된 사랑에 눈 뜨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서 따뜻하고 충만한 애정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새로운 삶에 눈뜬다.

 

 

이 책은 로렌스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대표작. 결혼제도와 계급 대립 등의 문제를 남녀의 만남을 통해 비판하고자 했으며 중산계급 사람들의 위선과 하층계급의 비애를 묘사했다. 소설에 등장한 성관계 묘사 때문에 영국 사회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으며 급기야 영국에서는 출판이 금지 됐다. 1928년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첫 출판이 된 이후 1960년 자유 출판을 위한 항소심에서 출판사가 이기면서 비로소 영국에서 원본이 출판될 수 있었던 세기의 화제작이다.

 

▲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저/ 북리뷰/ 1만 3,000원

 

 

이 책은 1989년 출판 된 이후 다양한 평판을 들었다. 도덕과 이성 보다는 본능과 감성을 중시한 에세이. 이미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평가되고 있는 화제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마광수 교수는 「즐거운 사라」등 이미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마음이 야하다는 것은 본능에 솔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강조한 야한 여자는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이고 닫혀있는 우리 사회가 변화를 수용해야 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중적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과 사랑, 놀이를 통해 정신적인 건강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적당이 놀 줄 아는 미덕을 가지라는 저자의 문학과 성에 대한 고백이다.

 

1989년 나온 동명 에세이집의 개정판으로 초판에 비해 문제를 다듬고 편집에 변화를 줬다.

 

▲ 너에게 나를 보낸다

 

장정일 저/ 김영사/ 9,000원

 

누군들 일상화된 자신의 삶에 만족하겠는가?

 

이 책은 마광수 교수의 작품만큼 외설과 예술 사이의 의견이 다분하다.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모든 장르에서 활동 한 장정일의 첫 장평소설. 삶과 성(性)이 무엇인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작품으로써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나, 은행원, 바지 입은 여자로 대변되는 세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로 민주투사가 감옥에서 요리책을 보고 주방장이 된다거나 안기부 직원이 청와대 사칭 사기꾼이 된 이야기, 술집 아가씨와 결혼해 여고 앞에서 분식집을 차리는 젊은 시인의 이야기 등 충격적이고 색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불행한 존재들로 가득 차 변화하지 않는 삶이지만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져 있으며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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