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비타민 풍부·소화용이 한방에선 천식·해열에 이용
한가로운 농한기가 끝난 모양이다. 벌써 봄 농사 채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원 상신마을에는 첫 농사가 품종 좋은 감자씨를 서로 교환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나는 아직 농사일이 서툴러 감자를 심지 않지만, 좋은 감지씨를 운봉에서 얻어왔다는 얘기를 했다. 일산 할머니께서 고구마와 바꿔 먹자고 하신다. 이런게 바로 '씨앗 품앗이 하는 것' 인가 보다. "아이고, 숨차다" 하시며 망탱이에 감자랑 고구마를 가지고 오셨다. "'깔끄막'을 올라오면서 혼났어." 하신다. 그러더니 망탱이(소쿠리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보물들을 꺼내 놓으신다. "고구마 물이 빠져서 단맛이 좋아." 딸들 오면 삶아서 먹어보라고 하시겠단다.
오늘은 햇볕이 따사롭다. 집집마다 농사일 채비 하시느라 바쁜 하루다. 농부들은 모두 밭이나 논에 나가 농사일을 시작하고 계신다. 서울 할머니는 "농산일이 천직이라 봄만 되면 아픈 몸도 지가 알아서 일할 준비를 하신다"고 말씀 하신다. 정말 농사일을 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내린 천직일까? 생각해본다.
오랜 만에 봄나물 된장국이다. 장독대에서 된장 한사발을 퍼다 쌀 뜬물을 받아 보글보글 끓인다. 모처럼 끓인 된장국이라 옆집, 뒷집 할머니들을 초대했다. 산동할머니께서는 어제 시장에서 생선을 사오셨다며 탕끓일 준비를 하고 계신다. '탕은 내일 드시고, 냉이된장국에 밥 드시게요' 하며 우리집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아이고, 영산댁이 가자면 가야지."하시며 따라 오신다. 하루 종일 밭에서 감자심을 고랑 만드시느라 힘드셨던 모양이다. 냉이 된장국, 냉이 무침을 했다.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두릅도 꺼내고, 간고등어 한 마리도 꺼내어 굽고, 계란탕도 했다. 제법 근사한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이렇게 "대접을 받아 어떻게 하냐며" 한마디씩 하신다.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이다. 냉이된장국에 계란찜에도 감동을 받고, 망탱이에서 꺼내 놓은 고구마, 감자에서 따뜻한 이웃간의 정이 느껴진다.
비타민이 풍부한 냉이는 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타민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양소만이 아니라 맛도 중요한데, 냉이국의 구수한 향미는 입맛을 살려서 소화액의 분비를 도와 전체적인 소화를 돕는다. 비타민 외에도 냉이는 한방과 민간요법에서 주로 천식·해열 등을 다스리는 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된장은 옛부터 '오덕(五德)'이라 하여 "첫째, 단심(丹心). 다른 맛과 섞어도 제 맛을 낸다. 둘째, 항심(恒心).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 셋째, 불심(佛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한다. 넷째, 선심(善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한다. 다섯째, 화심(和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고 하여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나라의 전통식품으로 구수한 고향의 맛을 상징하게 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냉이, 멸치, 된장, 쌀뜬물, 무, 마늘, 대파, 청양고추
1. 냉이를 깨끗하게 씻는다.
2. 쌀뜬물을 받아 멸치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멸치를 건져낸다.
3. 된장을 풀고 무와 냉이를 넣고 끓인다.
4. 끓인 뒤 마늘, 대파, 청양고추 등을 넣고 마지막으로 다시 끓인다.
'하늘모퉁이' 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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