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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들깨감자탕 - 그리운 어머니 손맛, 영양까지 듬뿍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고 성장기 두뇌 발달에 좋아

 

"상신마을 주민들께 알려드립니다. 감자씨가 필요하신 농가께서는 바로 회관으로 나와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네 이장님이 소식을 전하신다. 몇몇 할머니들이 모이셨다. 모두 세 박스를 구입해 여섯 농가가 반씩 나눠 갖기로 했다. 나는 서울할머니랑 반으로 나누었다. 시장에 내다 팔기보다는 자급자족하기 위해 감자를 심는다. 서울 할머니께서 감자 농사를 지으려면 "밭갈이도 하고, 거름도 뿌리고, 두렁을 많이 들어서 비닐도 씌워야 한다" 고 말씀하신다. 초보 농부인 나는 겁부터 난다. "농사짓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여. 아무나 농사 짓는가" 라고 강조하신다. 미리 걱정부터 하고 있는 나를 쳐다보시며 "걱정마, 내가 감자 심게 만들어 줄께" 하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그래서 나도 감자 농사 짓는 농부가 되었다.

 

지금은 기계로 모를 심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손으로 모를 심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 모두가 서로 품앗이를 했다. 동네에 모를 심기 시작하면 집집마다 점심밥을 얻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 모두가 함께 점심 먹는 날이기도 했다. 다음은 우리집 차례다. 어머니께서는 며칠 전부터 점심에 먹을 음식을 장만하셨다. 감자는 하루 전 날 캐도록 했다. 학덕(멧돌믹서)에 마른 고추, 마늘, 보리밥을 넣고 갈아 열무김치를 담그시고, 감자를 넣은 고등어조림, 일년에 몇 번 먹어보지 못한 멸치볶음까지 풍성하게 장만하셨다.

 

밭농사가 많지 않았던 우리집에서는 들깨가 참 귀했다. 점심 반찬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들깨감자탕이었다. 감자탕에 들어갈 들깨를 학덕에 가는 것은 언니의 몫이었다. 들깨에 쌀을 한 홉 넣고 갈아서 고운 채에 걸러진 뽀얀 깨국물에 하지감자를 넣고 큰 가마솥에 끓였다. 들깨 감자탕이 끓기 시작하면 어머니께서는 국자에 감자를 한 개씩 얹어 맛을 보도록 했다. 쩍 하니 갈라진 감자를 먹기 위해 호호 불어가며 가마솥 앞을 떠나지 못했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그때의 들깨감자탕 맛을 잊지 못한다.

 

내일 광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들이 집에 온다고 한다. 그래서 옛 맛을 살려 감자탕을 끓여야겠다. 며칠 뒤면 24절기 중 하지. 하지에 감자를 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하지감자'라고 한다. 당장 감자밭으로 향한다. 감자가 주렁주렁 잘 들었다. 서울 할머니 덕분에 감자농사를 잘 지은 것이다. 서울 할머니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맛난 감자탕을 끓여 점심밥 대접을 했다. 그런데 그 때의 친정어머니 손맛이 나올까, 의문이다. 지금은 들깨를 학덕에 갈지 않고 믹서기에 간다. 저녁 시간에 미리 들깨국물을 갈아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내일 점심은 딸들과 서울 할머니를 위한 점심 밥상이 차려질 것이다.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재연할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접고 잠자리에 든다. 할매, 내일 점심 기대하세요.

 

'동의보감'에 따르면 들깨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시고 기(氣)를 내려준다. 들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혈관청소를 하는 역할도 한다. 리놀렌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두뇌발달에 좋아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또한 들깨에 들어있는 리놀렌산 성분은 오메가-3·지방산으로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라고 한다. 들깨가루를 넣은 음식들은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옛날부터 전해져왔다.

 

[만드는 방법]

 

△재료 = 들깨, 쌀약간, 소금, 마늘, 감자, 새우

 

① 쌀을 불린 다음 들깨와 함께 넣고 믹서기에 간다.

 

② 고운 채에 걸러 들깨국물을 만든다.

 

③ 감자는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긴 다음 크기를 알맞게 썬다.

 

④ 깨국물에 감자, 새우를 넣고 끓인다.

 

⑤ 한 번 끓인 뒤 마늘과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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