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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시인으로부터 달아나기

안도현 시인, 스승 백석 시인탄생 100주년 시집 '북항' 내놓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백석 시인(1912~1996)의 문학전집이 다음달 출간된다.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는 30일 서울여대에서 열린다. 천재 시인으로 평가받던 백석은 인생 후반부에 어설픈 체제 찬양으로 굴곡을 겪으면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포박당한 채 생을 마감했다. 백석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안도현 시인(51·우석대 교수)은 스승의 백세 잔칫상에 시집'북항'(문학동네)을 올렸다.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 저 들판은 초록인데, 나는 붉은 눈으로 운다'고 썼다.

 

시인은 이번에 '문단 안팎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시인', '독자 입맛에 맞춰 투명하고 편안하게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기를 시도했다. 시인이 기존의 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고로움이야 당연하지만, 이번엔 노골적이다. 현 정부에 대한 절망으로 지난 2년 간 단 한 편의 시도 쓸 수가 없었다. 거꾸로 가는 시간 동안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안팎의 그늘을 지켜봤다. '북항'은 그런 고민의 결과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해설처럼 은유의 울타리는 여전하다. 도종환 시인을 19대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등 안팎으로 파국적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의 시적 현실은 여전히 낭만적 자연이다. 정치적 발언만으로 이뤄진 시가 아닌, 예술로서 독립된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의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 고전을 통한 '말과 문체의 갱신'을 시도했다. 무수히 많은 고전 번역본을 읽고 번역본 문체를 사용해 시의 어조를 변화시킨 것.

 

4대강 사업의 야만을 표현한 '강', 언론의 정론직필을 요구하는 '다시 쓰는 창간사' 등은 정의가 사라지고 폭력이 횡행하며 미래에 관한 낙관적 전망을 상실한 시대에 반발하는 시인의 또 다른 열정이기도 하다. 그의 돈키호테 같은 정신은 꿈을 포기한 채 악무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시인의 말마따나 확실히 이번 시집은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 명징함과 모호함의 경계 어디 쯤이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은유는 적중하기에 실패한 표적으로 자주 제시되나 시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어차피 예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다. 그 스타일은 창조적인 영역이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 일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안도현이란 시인의 울타리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그들은 안도현은 안도현일 때 아름답다는 걸 존중한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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