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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꽈리고추 볶음 - 매콤·짭조름…비타민 풍부

캡사이신, 체액 분비 촉진 / 혈액순환·소화장애 도움

   
 
 

산중의 아침은 고요하다. 담장 넘어 해바라기꽃이 노오랗게 고개를 내밀고, 매매와 산새가 우는 모두가 연주자다. 옛날 어르신들은 돌과 흙으로 담장을 쌓았고, 집집마다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를 심었다. 자연의 소리와 마을의 고삿길 풍광, 그늘을 만들어주는 큰 나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하모니다. 눈앞에 펼쳐진 만행산 자락 풍경과 자연의 소리를 지휘하는 이는 누구일까. 지휘봉 없어도 서로가 잘 어우러진다. 이번엔 산새 소리가 중심 연주자. 매미는 새소리에 화음을 넣는다. 나직하게 깔린 배경음은 남원 상신마을 풍광이다.

 

이번에는 산동 할머니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할매, 어딜 가요" 했더니 "아이고, 매야" 하며 깜짝 놀라신다. 이른 새벽녘이다. 벌써 일하러 나가실 모양이다. 할매는 "고추 키가 너무 커서 줄을 매줄라고" 하셨다. 산동 할머니 발걸음 소리에 미술관 삽살개도 고삿길로 나오더니 할머니를 쳐다본다. 옆집 메리는 큰 소리로 짖어댄다. 소란스런 연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장맛비가 내린 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농작물이 고추밭이다. 고추는 물을 싫어한다. 그래서 물이 잘 빠지는 땅에 고추를 심는다. 고추 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남실 할머니께서는 매년 지풍골 자갈밭에 고추를 심으신다. 그러나 고추는 연작을 못 한다. 병균이 남아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몇 년간 연작을 했는 데도 고추밭에 병균이 없어 농사를 잘 지으신다. 농작물에 따라 농사 짓는 땅도 잘 선택해야 한다. 초보 농사꾼인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며칠 전,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휴가에 우리집에 오겠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서울 할머니는 "친구가 오면 뭔 반찬에 대접할까" 걱정하신다. "할매, 걱정마세요. 친구는 채식을 좋아해요" 했더니 "그럼 걱정없네. 요즘 밭에 가면 찬꺼리가 많어" 하신다. "우리 고추밭에 가면 반찬 서너가지는 나와"하시며 바구니 들고 따라 오라신다. 통정골 고추밭이다.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청양고추 등 고추 종류도 다양하다. 고추밭 언덕 위에는 풋호박, 오이, 들깻잎, 가지 등 다양한 푸성귀가 가득하다. 순식간에 꽈리고추랑 제철 식재료로 바구니가 채워졌다.

 

손님이 온다고 시장에 나갈 일이 없다. 고추 만으로도 반찬 서너가지가 나온다. 고추는 비타민 A와 비타민C가 많다. 캡사이신(capsycine) 성분의 매운 맛은 입안과 위를 자극시켜 체액의 분비 촉진, 식욕 증진, 혈액 순환을 돕는다. 고추는 성질이 뜨겁고 맵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서 소화 장애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다. 매운 맛이 소화를 촉진시키고 침샘과 위샘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

 

아삭이고추는 된장에 무침하고, 꽈리고추는 마늘을 넣어 볶는다. 청양고추는 호박이랑 졸인다. 남실 할머니께서는 비닐 주머니에 뭔가를 가져오신다. 제주도에서 친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양배추를 가져오셨다. 오늘 점심은 만찬이 될 것 같다. 푸성귀 반찬들이 차려지고, 양배추찜 반찬이 더 늘었다. 오랜 만에 온 친구를 위한 반찬이다. 미경이는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많은 반찬들을 어떻게 준비했느냐" 고 감동했다. '남원 상신마을 할머니표 밥상'이라고 했다. 7월에 맛볼 수 있는 갖가지 푸성귀 반찬과 자연의 소리가 함께한 오케스트라 밥상. 미경이는 반찬 한 가지 한 가지를 음미하며 맛을 봤다. 맛나게 먹어주는 친구의 모습도 훌륭한 연주자. 상신마을에서는 입은 맛을 보지만, 귀로 듣는 맛은 자연의 소리와 닮았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꽈리고추, 집간장, 마늘, 고추가루, 생들기름

 

① 꽈리고추를 깨끗하게 씻는다.

 

② 큰 고추는 반으로 잘라 씨를 뺀다.

 

③ 생들기름을 넣고 꽈리고추, 마늘을 넣고 볶는다.

 

④ 반쯤 볶아지면 고추가루, 간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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