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한창 장편소설 '솔롱고'
그는 몽골에 발을 딛기 훨씬 오래전부터 몽골을 연구했고, 몽골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요소들이 몽골반점이라 것부터 숨쉬고 있는 곳이 몽골이며, 몽골문화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태고의 요소가 실핏줄처럼 이어진 곳이라고 소설 집필동기에 덧붙였다.
작가는 영하 45도에 이르는 혹한과 불편한 교통 속에서 탐사작업이 녹록치 않았으며, 마지막 탐사지인 고비사막의 구르반사이항에서의 1주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시내에서 오후 4시발 버스를 타고 다음날 오전 8시에 목적지 인근에 내린 후 다시 20㎞ 이상 도보와 말을 타야 하는 긴 고난의 여정이었다. 말 그대로 단마필기로 나선 까닭에 샘물을 찾기 위해 유목민이 떠난 목축지 부근을 뒤지고, 고인물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헤매면서 죽음을 떠올릴 정도의 순간들을 경험했단다.
그의 이같은 '무모한'도전은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가정의 가계도를 추적하면서 꼭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해서다. 13세기 조상이 돌 그림(암각화)을 새겼다는 한 가계의 전설의 원초지가 그곳 어디의 동굴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설 속에 전해지는 동굴 암각화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었다.
몽골어로 무지개를 뜻하는'솔롱고'의 부제로'칭기스칸의 제국 몽골 전설의 암각화를 찾아서'가 붙여진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해서다.
소설은 몽골을 배경으로 한국 남자 준호와 몽골 여자 엥흐자르갈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바깥 이야기'와, 엥흐자르갈의 조부 홍비쉬에 의해 구술되는 그들의 위대한 조상이자 영웅인 척트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안 이야기로'로 나누어져 있어 액자소설의 형태를 띤다. 총 25개의 장으로 구성됐으며, 프롤로그 없이 1장부터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 23장까지'바깥 이야기'와 '안 이야기'가 상호 교차하며 전개된다.
칭기즈칸 당시의 전쟁사, 혁명의 근대사, 몽골 언어의 변천과정, 영웅 서사시, 민속신앙, 전통 음식과 의상 등에 이르기까지 몽골의 다양한 문화를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25개의 장 중 마지막 두 개 장의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23개 장이 준호라는 선택된 인물의 시점으로만 일관되고 있다. 이렇게 변함없이 시점이 유지되고 있는 작품은 장편에서 매우 드물다. 물론 길고 긴 장편소설에서 시점의 전이가 금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티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 소설에 통일성과 안정성을 주기 위해, 독자가 심리적으로 밀착하여 동일시를 갖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 소설의 예술적 질을 위해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일관되게 3인칭의 선택적 전지시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또 다른 큰 미덕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소설 '솔롱고'는 몽골의 전반적인 문화를 망라하는 '넓은 의미의 상호텍스트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역작이다. 이에는 비문학적 체계를 문학체계로 전이시키는 기호적 과정의 노고가 뒤따른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빛나는 결실이자 커다란 미덕이다"고 평가했다.
임실과 전주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작가는 10회에 걸친 개인전과 '접근금지구역''핑갈의 동굴' 등 소설집을 냈다. 제2회 노천명 문학상 소설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전북문화상과 KBS지역문화 역사부문 지역대상을 수상했다. 불교 범패와 바라무작법 기능보유자로 전국민속예술경연에서 바라무로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문화예술계의 팔방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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