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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안되는 이유

▲ 유성엽 국회의원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비고시를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인 13일 국무회의에서는 국정교과서 개발에 필요하다며 44억원을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의결까지 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없는 밀어붙이기식 추진이다. 극우단체의 문건에서 발견된 “논쟁에서는 이길 수 없으니까 국정화로 가자. 그것만이 대책이다. 그전에 또 한 가지 대책이 있다면 검정교과서를 만들자.”라는 문구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기함할 노릇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마저도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이 국민적 컨센서스가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 공감대 없이 밀어붙이기

 

우리 국민들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내용은 우리 국민의 역사인식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는 0%에 가까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가 새로 만들고자 하는 국정교과서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교학사 교과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은 국민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 아니겠는가?

 

독자들 가운데는 “우리 때에도 국정교과서로 배웠다. 그럼에도 역사 인식이 비뚤어지지 않고 올바르게 잘 정립되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독자들이시라면 국사교과서(당시에는 한국사가 아닌 국사로 불렀다. 일제의 잔재라는 반성을 통해 한국사로 바뀌었다.)를 통해 근현대사를 배웠는지 기억을 꺼내보시기 바란다.

 

학교에서 맹목적으로 암기시켰던, 그래서 수많은 국사포기자를 양산한 그 국사교과서에 근현대사 서술은 단 몇 페이지에 불과했다. 심지어 독립운동에 대한 기술도 아주 부실했다. 우리가 국정교과서로 배운 ‘국사’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 뿐이라는 소리다. 마치 현재나 가까운 과거, 즉 기억하는 자가 있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우리가 한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땅의 중고생들에게 너희들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현재 세대, 미래 세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우리나라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기를 부탁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성 세대의 고민은 곧 한국사 교과서에 투영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란 다양성과 자율, 토론과 합의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논쟁없이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획일화 하려고 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국가에서 정한대로 하라고 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고 오직 부친의 명성에 대한 고민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식하는 한국사=가족사’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가족의 명예가 최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

 

부친 명예만 고민하는 대통령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률이 저조한 이유는 국민들과 역사학자의 대부분이 주체사상에 물들어서가 아니다. 교학사 교과서가 전하는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공감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좌빨’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이를 다시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로 나 자신이 역사의 일원,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인식시키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믿는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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