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체제 긍정적… 지역발전 위한 치열한 정책경쟁 기대"
전북지역에서 30여 년 동안 이어져온 일당독주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냈던 전북도민들이 4·13 20대 총선에서 회초리를 든 것이다. 그 결과 전북의 맹주가 바뀌었고, 전북의 정치 지형은 3당 체제로 변했다.
이처럼 전북의 정치 지형이 급변한 상황에서 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했다. 20대 국회를 맞아 지난 4·13 총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정치 변화, 전북 정치권의 과제 등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단해 봤다.
△전북 다당제 시대 개막 = 4·13 20대 총선 결과, 전북지역의 제 1당이 바뀌었다. 전북에서만큼은 실질적인 여당으로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던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참패한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는 총 10개 선거구에서 2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창당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국민의당(7석)에 전북 정치의 맹주 자리를 내줬다. 또 지난 30여 년 동안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해 전북의 영원한 야당으로 여겨졌던 새누리당도 한 석을 차지했다. 그 결과 일당 독주의 전북에서 다당제의 정치 지형이 형성됐다. 이 같은 지형 변화는 지난 1985년 12대 총선 당시 5개 정당 소속 의원이 배출된 이후 3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형변화는 전북민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넘어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와 이상을 위한 선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선거는 현 정부에 책임을 묻는 ‘회고적 투표’와 미래를 선택하는 ‘사전적 의미의 투표’가 동시에 작동된다”면서 “20대 총선에서 전북 유권자들은 지역 정치를 독점해 온 더민주에 경고 수준을 넘어 아주 강력한 심판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황태규 우석대 교수는 “지속적으로 기존 야당을 지지했던 전북이 새로 생겨난 야당에 관심을 높게 보였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게 고착화되고 영남과 경남 같은 경우도 야당지지율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유권자들도 ‘전북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민주에 의해 인질처럼 강요된 ‘호남몰표’ 현상이 극복됐다는 이데올로기적인 분석도 나온다. 김욱 서남대 교수는 “일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한계에 도달한 셈”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호남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일종의 독립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3당 체제, 기회인가 위기인가= 30여 년 만에 다당제 시대를 맞은 지역사회에서는 급변한 정치지형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낸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과연 다당제 형태의 전북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지형 변화에 대해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 정당들이 도민과 지역 발전을 위한 치열한 정책경쟁을 벌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욱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아주 낯선 상식’에서 “호남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고 실현하게 해줄 ‘세속화’의 길을 택했다. 세속화란 특정 정당을 몰표로 지지하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라 복수의 정당을 경쟁시키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성진 교수는 “그 동안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에 의해 독점되고 견제나 경쟁이 없다보니 정치인들이 현실에 안주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다당제 하에서는 각 정당들이 새로운 지역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의원들은 이에 대한 정치실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규 교수도 “전북 정치권 내부에서 새로 생성된 여론이나 산업 발전의 아이디어가 소통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다”며 “지역에 맞는 정책을 정당에서 연구할 수 있는 정책연구소도 만들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다당제가 긍정적인 측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다당제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다당제 구조에 대한 정치적인 훈련이 덜 됐기 때문에 권력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중앙당의 이익이 지역의 이익과 충돌할 수가 있는데, 그 때 각 당이 지역문제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전북 정치권의 과제= 20대 국회의 전북 정치권에 주어진 과제는 많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회에서 전북 의원들의 존재감 부각과 혁신도시 산업화를 통한 전북 경제 발전 견인이 그것이다.
김욱 교수는 “각 지역별 숙원사업을 위해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전북 의원들의 실력이 두드러지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전북이 예산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예산 내놓으라고 해봐야 통하지 않는다. 이런 예산배정이 왜 불합리한지 조목조목 따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성진 교수는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 활동에 비중을 두고 활동해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위상을 키워야 한다”며 “19대에서 전북지역 의원들은 그런 활동들을 잘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전북정치가 넘어야 할 과제는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다.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북지역의 정치지형이 또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정치권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원내 3당 외에도 새로운 정당의 출범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북 정치 지형이 출렁이지 않을까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역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요동칠거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욱 교수는 “야권에서는 정당통합이나 단일화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임성진 교수는 다당제 체제가 지속될 거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민심이 전북에 다당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해관계나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해서 다시 이합집산 하기엔 쉽지 않을 것” 이라면서도 “대선 후보자간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각 당간 연대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다당제 유지나 야권연대를 초월한 정치판세가 펼쳐질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의 대선후보군에 이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황태규 교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의원 등 대권잠룡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며 “3당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급변하게 될 정국속에서 전북 정치권이 어떤 길을 선택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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