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정부청사로 가기에 앞서 정신병원에 먼저 가보라”
10월 5일 국회청문회의 부적격 판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식품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날 낸 거친 논평이다. 당시 김 장관은 노모를 방치한 의혹, 대형 아파트를 턱없이 싼 가격에 임대한 소위 ‘황제전세’, 대출금의 특혜 저리 의혹 등으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임명 전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일부 언론인들을 사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글을 대학동문 밴드에 올렸던 것이다. 아니 잘못했으면 조용히 라도 있을 것이지…이게 타는 국민적 반감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격꺼리를 찾던 야3당을 충분히 자극했다.
정치인 말은 곧 정치의 품격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논평 낸 것을 후회해야 했다. 김 장관에게 쏟아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를 청문했던 농수산위 소속 황주홍 의원 등은 김 장관에 대한 세간의 의혹은 대부분 해명이 되었다고 했다. 노모는 어릴 적 아버지와 이혼하고 헤어진 친모이며, 그는 계모를 모시고 지금껏 살았다는 것이다. 황제 전세도 사실이 아니고, 특혜 대출의혹도 다소 오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야3당이 함께 사퇴 건의안을 내기로 했던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투표하기 까지 한동안 방황을 해야 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 그중에서도 대변인은 말로 하루를 살다시피 한다. 기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요즘 언론인들은 늘 녹음을 한다. 한 번 삐끗하면 주워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변인이 말을 자유롭게 할 것 같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개인적 이야기가 당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신 발언을 참아야 할 때는 가슴이 답답하다.
그 논평을 후회하는 것은 그를 턱없이 비판한 것도 그렇지만 말의 품격 때문이다. 정신병원 운운한 것은 결코 쓰지 말았어야 할 용어였다. 정치인의 말의 품격은 곧 정치의 품격이고 수준이다. 논평에는 여백과 여유와 유머와 해학이 담겨야 한다. 거기에 비유의 촌철살인이 가미되면 좋다. 남의 가슴에 직접 비수를 겨눈다면, 논평이 아니라 테러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젊은 시절 익명으로 남을 공격하는 글을 쓰다가 꼬리가 잡혀, 상대로부터 결투신청을 받아야 했다. 상대는 군 출신이어서 결투를 했더라면 역사에서 그의 이름이 기록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중재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그는 이후 남을 비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자신을 소재로 한 유머로 남에게 웃음을 주는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었다.
이정현 대표 이해할 수 없는 발언
그럼에도 실수를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인사 소외가 부정청탁이 원인’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아무래도 단식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고 맞받았다. 그의 발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들이 모두 부정청탁으로 올라간 것이라는 말인가. 그래도 그런 식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었다. 여백이 있는 논평으로 응수했어야 한다는 자책이 든다.
조급해지면 직접 공격하고 싶은 심리가 고개를 쳐든다. 원색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은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다. 이래서는 정치만 저급해질 뿐이다. 공격하는 자도, 받는 자도, 함께 정치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일이다. 여유와 여백이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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