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늦깎이'로 입문 뒤 / 전국대회 우승4회·준우승 7회 / 장녀 프로기사, 차녀 입단 준비
권병훈바둑학원을 운영하는 권병훈(55) 원장의 우승 소감이다. 그는 지난 16일 경기도 부천에서 열린 제3회 부천시장배 전국아마바둑대회를 제패했다. 순수 아마추어인 그가 프로 9단 출신의 김희중 씨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아마 최강으로 꼽히는 권 원장은 겸손해했다. 그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전국바둑대회에서 아마추어 바둑인들의 로망인 우승을 무려 4차례나 차지했다. 준우승 횟수는 7차례나 된다.
이번 부천시장배 대회는 국내 아마추어 정상급이 대거(44명) 출전해 우승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권 원장은 그 작은 구멍을 통과했다. 대회 최고 부문인 ‘아마(추어) 시니어 최강부’에서 우승했다.
그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히 값지다. 전직 프로 9단을 누르고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권 원장이 최종 6라운드에서 만난 상대는 김희중 전 프로 9단. 김 전 9단은 ‘속기의 달인’이란 별명을 가진 전직 프로기사로 프로기전 활동 당시 ‘기왕전’ 타이틀 보유자였다.
한 바둑 동호인은 권 원장의 우승에 대해 “권 원장은 아마추어가 이기기 쉽지 않은 김 전 9단을 침몰시켰다.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권 원장이 바둑을 시작한 것은 전북대 토목공학과 신입생 시절. 늦깎이 바둑 입문이었다. 그는 바둑의 매력에 푹 빠졌고, 바둑동아리인 ‘검은돌하얀돌’에서 동기 회장을 맡으면서 바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한다.
대학졸업 후 지난 1992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전주시청에서 근무했으나, 바둑 둘 시간이 마땅하지 않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1999년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전주 서신동에 바둑학원을 차렸다. 개원 후 얼마 안 돼 전주시내에서 손꼽히는 예체능계 학원 반열에 올렸다. 주변의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고,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다.
그의 바둑사랑은 슬하의 두 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첫째 딸 주리(21) 씨는 2년 전 프로기사가 됐고, 둘째 가양(18·백산고) 양 역시 프로 입단을 준비 중이다.
권 원장은 끊고 맺음과 사리판단이 분명해 선후배와 친구들로부터 신임도 두텁다. 일상생활도 고수인 셈. 빛나는 바둑실력은 물론 주변의 두터운 신임이 권 원장 성공의 필수 자양분이 됐다는 게 한 지인의 귀띔이다.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 믿는 권 원장은 “별 것도 아닌 우승에 관심을 가져줘 쑥스럽다”며 “향후 바둑 발전과 후학 양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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